'글은 일종의 생명체이다' 이태준의 글쓰기 지침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 1904∼1948 월북)의 「문장강화」는 박문서관 발행의 증정본(增訂本, 1947)이다. 이 책의 구입은 1949년 전후였다. 상허의 문장 맛은 이미 그의 「상허문학독본」(백양당, 1946)과 「소련기행」(조소문화협회·조선문학가동맹, 1946) 등을 통하여 얼마쯤 느끼고 있었다.
「문장강화」는 나의 글쓰기에 길잡이가 되어주리라는 생각이었다. 제1강에서부터 나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은 아무리 소품(小品)이든 대작(大作)이든 마치 개미면 개미, 호랑이면 호랑이처럼, 머리가 있고 몸이 있고 꼬리가 있는 일종 생명체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비유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생명체인 것이 되기 위해 말에서 보다 더 설계와 더 선택과 더 조직, 발전, 통제 등의 공부와 기술이 필요치 않을 수 없다’는 것으로 문장작법의 필요성을 말하였다.
이 책의 제4강은 ‘각종 문장의 요령’이다. 일기·서간·감상·서정·기사·기행·추도(追悼)·식사(式辭)·논설·수필 등 글을 쓸 때의 유의점과 요령을 상술하였다. 나는 지금도 수필을 이야기할 때면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수필은 자기의 심적나체(心的裸體)다’ ‘수필을 쓰려면 먼저 ‘자기의 풍부’와 ‘자기의 미(美)’가 있어야 한다’ ‘수필 표현에서는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등등.
「문장강화」는 예문(例文)을 많이 들어 말한 것도 특색이다. 주로 1930년대 개성있는 작가 시인의 작품들이다. 나의 스승 가람(李秉岐)의 글에서 뽑아든 예문만도 4편이 들어있다.
이 책이 ‘해금’(解禁)된 후, ‘서음출판사’(1988)와 ‘깊은샘’(1997)에서 새로 찍어낸 「문장강화」도 있다. 오늘에도 생명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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