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아픔 가슴에 묻고...
북에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해 일부러 붓을 멀리 했던 평안북도 정주 출신 화가 운봉 승동표(1918∼1996).
임용련 선생의 제자며 이중섭의 후배로 북쪽에서 오산학교 미술교사를 지낸 그는 1951년 1·4후퇴때 남으로 내려왔다. 행여 북에 있는 가족들이 해코지라도 당할까 화단에 나서는 대신 전북에서 교육자로 뿌리를 내린 미술가.
국립현대미술관이 근·현대기 작가들 중 예술적 역량에도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작가들을 발굴하는 첫 기획전에 운봉의 유작들을 초대했다. 6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잊혀진 작가 승동표’전.
근대기 일본 미술학교에서 유학해 모더니즘양식의 서구미술을 공부했던 승동표는 오산고보 시절 ‘제1회 전 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그러나 역사에 휩쓸렸던 그가 정작 우리 화단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덕수궁미술관 개관기념전 ‘다시 찾은 근대미술전’ 부터. 2002년에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유작 전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40년대 초기작에서부터 작고하기 직전까지 야수파적인 표현 기법과 입체파 양식이 혼재돼 있는 유화, 드로잉, 수채화 등 100여점. 우리 미술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세잔느풍의 지적인 태도를 지키며 바위처럼 단단한 화면과 담백한 색채로 한국 미술사의 폭과 깊이를 더한 화력이다.
장영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이 땅의 분단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면서 그가 남긴 유작들은 근대기 한국미술사를 일부라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작고 10주기를 맞는 유족들은 여름쯤 전주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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