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김윤숙·신가림·윤여일·임현채 초대 21일까지
두께를 쌓아가는 일은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는 일과도 같다. 서른 즈음, 앞으로의 삶의 목표를 작업에 두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젊음이 곧 작품으로 이어지는 청년작가들. 전주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가 기획전 ‘두께를 위한 연습’으로 전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작가들의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격년으로 열려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2006 두께를 위한 연습’에는 김용수(서양화) 김윤숙(한국화) 신가림(서양화) 윤여일(조각) 임현채(서양화)가 초대됐다.
김용수와 신가림, 임현채는 평면과 입체를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
전시마다 온 몸으로 퍼포먼스를 펼쳐내는 김용수. 정보를 전달하고 확대하고 재생산해내는 속도의 기호 반도체칩은 매화가 갖는 고졸한 품격과 충돌해 불온한 미래의 가치를 꿈꾸게 한다. 그의 ‘융합의 서곡’ 연작은 시멘트와 모래를 바탕으로 한 거친 화면 위에 호스, 전선, 반도체칩 등 각종 오브제로 매화를 피워낸다.
단체전 경력란에 ‘두세번 참가’라고 냉소적으로 써놓은 작가는 신가림이다. 불우한 도시에 상상력을 발휘해 우회적 구조로 이번 전시를 풀어나간다.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려진 것은 만화 주인공 아수라 백작과 도시에 사는 고양이의 일상. 자동차에 무참이 깔려죽은 고양이의 그림을 그리며 그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과잉생산, 과잉소비하는 현대인들을 보여준다.
빵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했던 임현채가 새로운 공간에서 또 말을 건넨다. 이번에는 솔나무가 우거진 숲. 우연히 발견되는 음식으로 시선을 잡고 타인과의 대화를 끌어내려는 시도가 유쾌하다. 평면회화에서 설치미술의 중간지점에 서있던 그가 설치 쪽으로 한걸음 더 내딛었다.
한 곳으로, 한 곳으로, 헤엄쳐 가던 물고기들이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김윤숙의 ‘마주보기’는 냇물이란 삶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로 우리들의 세상살이를 빗대고 있다. 그의 수묵담채에서는 발묵법이 눈길을 끈다. 먹의 농담을 따라 자연과 생명이 그의 화폭에서 말갛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입으로 전해오던 옛 이야기나 설화, 민화를 풀어내던 윤여일은 여전히 동화 같은 이야기를 꿈꾸고 있다. “나의 시간은 많이 지쳐있었고, 상상은 나에게 휴식이 되어준다”는 그는 순간적인 생각으로 스토리를 짜내고 즉흥적인 작업을 한다. 의미없이 떨어져 나온 돌이나 주변의 나무도 그의 손을 거치면 전통적인 해학과 현대적인 감수성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탄생한다.
양정은 큐레이터는 “갑자기 두께가 두꺼워지는 행운이 있을 수 없듯 청년작가들은 두께를 쌓아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며 “저마다 의욕에 찬 이야기들로 각기 다른 형태와 색채로 전시장을 채운 이들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전시는 21일까지 서신갤러리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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