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밟고 갔을까,
진흙밭에 찍힌 숲 속의 작은 발자국 하나
지난 밤에 내린 빗물로
푸른 하늘이 고여 있다.
하늘에
흰구름 하나 떠 있다.
나비 한 마리 나래 접고
적막하게 자신을 비쳐보는
오후,
초가을 단풍이 곱다.
내 가슴에 남겨놓은 당신의
발자국 하나.
-시집 <눈물에 어리는 하늘 그림자> 에서 눈물에>
처음엔 동시를 읽는 느낌이다가 마지막 2행에 이르러서야 아, 하고 탄성이 나온다. 첫 연의 숲속의 발자국은 눈에 보이는 발자국으로 이 속에 담긴 빗물에 푸른 하늘이 고이고, 흰구름이 뜨고…. 결국 첫연 10행은 끝연 2행 “내 가슴에 남겨놓은 당신의/발자국 하나”를 완성키 위해 닦아놓은 실크로드라 할 수 있다. 눈물처럼 서늘한 가슴속 발자국 하나, 시인들은 바로 이것 때문에 삶을 지탱한다.
/허소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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