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문화재단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그래도 귀명창이 많으니까 전주오면 소리헐 맛이 나. 그런데 적벽가는 사람들이 잘 몰라. 그래서 박수도 안쳐. 박수도 치고 추임새도 넣고 그런 날이 와야 헐 틴디…”
지난 13일 우진문화공간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무대에 선 일흔이 넘은 노장 송순섭명창은 공연 끝날때까지 목이 풀리지 않자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맘에 들지 않는 대목은 “나 다시 헐란다”며 되돌아갔다. “적벽대전에서는 불을 잘 질러야 하는디 힘이 빠져 어떻게 헐랑가 모르것네. 박수쳐주면 잘 질러 볼라요.” 박근영고수의 힘있는 추임새와 노명창을 응원하는 관객들의 박수로 송명창은 2시간을 채우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여든을 바라보는 박송희명창은 여간해선 혼자 무대에 서지 않는다. 제자들을 앞세우고 자신은 한 대목만 부르는 것이 벌써 오래전이다. 그러나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예외다. 그만큼 이 무대는 소리꾼들에게 각별한 자리다.
봄날씨 치고 제법 쌀쌀했던 12일 덕진공원 연못무대에서 소리했던 김영자명창은 덜덜 떠는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조소녀명창도 감기로 기침을 참을 수 없으면서도 흥보가를 무려 2시간여 가까이 들려줬다. 첫 무대에 선 안숙선명창은 사전에 계획됐던 일정을 미루고 전주에 왔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전주에서 판소리 다섯바탕이 열리겠구나 생각합니다. 연락이 안오고 지나가면 서운해요.”
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의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명창들이 각별히 아끼는 무대다.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요즘같지 않았던 1991년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올해까지 열여섯해동안 이어오면서 지금은 대표 문화프로그램이 됐다.
골수팬도 많다. 당초 올해는 전주덕진공원 연못위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날씨탓에 우진문화공간과 덕진공원을 오갔다. 그래도 300여명 이상 꾸준히 무대를 찾았다. 다섯바탕 모두를 챙기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더욱이 올해는 처음으로 무료로 공연을 마련했다.
다섯바탕을 찾은 한 관객은 “판소리 다섯바탕을 5일동안 연작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며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명창들의 소리를 들을수 있는 자리인데 놓칠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객도 “판소리맛을 제대로 보는 것 같다”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완창에 가까운 소리를 하는 모습들에 존경을 보낸다”고 했다.
우진문화재단 김선희실장은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열일 제치고 무대에 서 주는 명창들과 공연장을 찾아주는 전주시민들의 애정으로 명맥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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