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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39)

'황 룡' 신비한 물의 보석...석회암 풍부한 카르스트 지형

황룡사 '오채지' 전경(위), 황룡 가는 길. 해발 400m고개를 지그재그로 넘는다. ([email protected])

아침 7시에 출발하는 황룡행 버스가 무슨 일인지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식당 앞에 선다고 걱정 말라던 아줌마가 더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 "괜찮아요. 아무 버스나 타고 촨쥬스 가서 갈아타고 가지요" 지나가는 성도행 버스를 잡아타고 2시간 정도 걸려 촨쥬스에서 내렸습니다.

 

길거리에 서서 30분을 기다려도 황룡 방면으로 가는 차가 없습니다. 가끔 택시가 와서 황룡까지 150위안에 데려다 준다고 조르는데 못 알아듣는 척하고, 관광버스들이 지나갈 때 손을 들면 이놈들이 나를 못 본척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진짜 택시라도 타야할까 보다. "황룡까지 100위안... 가다가 경치 좋은 곳에서 맘대로 서는 조건." 택시들이 단합을 했는지 100위안엔 못 간다면 그냥 고개를 흔들고 가버립니다. 나도 더 주고는 안가.... 10여분을 더 버텼더니 눈먼 고기 한 마리가 덥석 낚싯밥을 물었습니다. 오케바리~.

 

황룡은 구채구에서 버스로 3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구채구에서 천주사(촨쥬스) 까지 2시간, 다시 황룡까지 1시간 반 정도... 두 곳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제쳐두고, 제 생각엔 이곳으로 가는 길이 진국입니다. 특히 촨쥬스에서 황룡구간은 해발 4,000m 가까운 고개를 지그재그로 넘는데 정말 좋습니다.

 

5월의 황룡은 이상하게 물이 말라있더군요. 구채구를 보고 황룡을 가면 실망한다고 하더니 물까지 말라 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그런데 이 길 때문에 실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황룡이나 구채구는 석회암이 풍부한 카르스트 지형입니다. 구채구는 수량이 풍부하여 탄산칼슘 퇴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황룡은 물의 양이 적고 흐름이 완만하여 평평한 곳에서는 다락 논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굴곡 진 곳에서는 석회 동굴의 내부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어떤 곳은 사금이 섞여 있는 듯, 황금가루를 뿌려둔 곳 같은 기묘한 곳도 있었습니다. (가보진 않았지만 터키의 파묵칼레도 이곳과 같은 종류임은 분명합니다.) 아무튼 이 두 곳은 물의 보석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투명하고 신비한 색이 납니다.

 

황룡 매표소에서 무거운 배낭을 좀 부탁했더니 거절을 하더군요. 근처에 있는 으리으리한 호텔에 들어가 카운터 아가씨에게 애교를 떨고 10위안에 짐을 맡겼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 돈을 받고 짐을 맡아주는 일도 하는 듯, 영수증까지 써주더군요. 아니면 내가 이 호텔에 숙박을 하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짐을 맡긴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죠. 홀가분하게 매표소로 돌아 와 문표를 끊고... 110위안... 에고~ 이곳도 비싸다. 11시 반,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입구의 해발고도는 3,100m. 길이 끝나는 황룡사 절의 높이가 3,550m. 표고 차 450m를 3.7Km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천천히 걸으면 올라 갈 때 두 시간, 내려올 때 한 시간정도 걸린다는 군요. 올라가는 길은 계속 볼거리가 나와서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다만, 이곳의 고도가 높기 때문에 적응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문제가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입구부터 가마꾼들이 죽~ 대기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순탄치 않은 길이 분명합니다.

 

앞에 가는 사람들 모두 베개를 하나씩 안고, 코에는 호스를 끼고 이상한 모습으로 올라갑니다. 길가에 주저앉아서 숨을 헐떡거리는 사람도 자주 보이고... 하하. (베개처럼 생긴 튜브가 바로 산소입니다.) 나야 워낙 높은 곳을 싸돌아다닌 뒤끝이라 고소증상이 없어 아주 좋습니다. 중간 중간 휴게소에 산소를 보충해 주고 돈을 받는 곳이 있더군요. 저거 도대체 어떤 맛일까? 옆 사람 콧구멍에 낀 호스를 빼서 내 코에 끼워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지만 참았습니다.^^

 

이상하게 물이 말라있네요. 갈수기라 해도 5월이면 눈 녹은 물이 많을 텐데... 저곳에 물이 흐르면 이런 모습이 될 거다 상상을 하며 오르는 수밖에 없죠. 돈 아까워~~. 제일 꼭대기 황룡사 뒤편은 그런대로 물이 차있어 볼만했습니다. 이곳의 이름도 구채구에서 본 五彩池(우차이츠). 다섯 색깔의 물이랍니다.

 

간이 휴게소에서 포장 된 닭다리와 빵 하나로 점심을 때우고,(역시 비싸다.) 오채지를 돌아 반대편 길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숲을 따라 진흙을 다져 길을 냈는데 밟는 감촉이 그만입니다.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 클레이코트 테니스장처럼 바닥이 미끄럽지도 거칠지도 않습니다. 모래를 섞은 진흙일까? 갈라지거나 패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 길이 참 신기합니다.

 

오후 3시 반, 천천히 돌았더니 4시간 걸렸습니다. 호텔에 돌아 와 송판 가는 차를 알아보니 오늘은 없답니다. 이놈들 왜 이러나... 오는 차도 없고, 가는 차도 없고... 그래도 걱정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황룡을 드나드는 관광버스가 많아서 돈만 주면 못 얻어 탈 이유가 없죠.

 

큰 호텔답게 라운지의 음료수가 무척 비싼데 칭커주는 한 병에 10위안 밖에 안 합니다. 얼씨구~ 어제 맛나게 마셨던 터라 한 병 주문하고 다리를 좀 풀었습니다. 콘센트를 얻어 스토리지에 메모리 카드를 옮기고, 배낭을 찾고, 영어되는 직원에게 또 애교를 떨었죠. "혹시 관광버스 자리 나면 나 좀 끼워주라고 부탁해 줘~." 몇 분 지나자 50위안 내면 구채구 가는 버스가 있으니 그걸 타면 어떻겠냐고 합니다. 그러지머 촨쥬스에서 내리면 송판 가는 차는 많을 테니.

 

50위안 주고 얻어 탄 관광버스가 끝내 줍니다. 중국에서 타 본 버스 중에 젤로 좋네요. 산소통 베개를 하나씩 안고 있는 단체 관광객들도 친절하고... 달콤하다고 홀짝 홀짝 마신 칭커주가 은근히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술이었나? 높은 곳에서는 도수 얕은 술도 위력을 발휘하나봅니다.^^

 

다시 촨쥬스... 이번에도 송판행 버스는 없답니다. 가까우니 택시 타라... 얼만데? 메타 요금대로 받는다. 그래 가보자 얼마나 나오는지... 34위안 나오더군요.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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