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감독 론 하워드·출연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미스터리 드라마)
‘오푸스데이’‘시온수도회’‘비트루비우스 인체도’….
전세계적으로 4300만부가 팔려나간 댄 브라운의 메가톤급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를 읽은 독자라면 친숙한 단어들이다. 굳이 ‘다빈치 코드’를 읽지않았더라도 낯설지는 않다. ‘다빈치 코드’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다빈치 모드’가 일상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는 일반적인 사실에 작가의 상상을 덧씌운 팩션이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가 사흘만에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가 실은 그의 추종자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기독계 신앙에 뿌리를 둔 서양은 물론 1200만명의 기독교신자를 두고 국내에서도 두고두고 ‘신성모독과 불경스럽다’는 비난을 살만한 내용이다.
영상이 주는 메시지가 문자의 그것보다 파괴적인 만큼, 영화 ‘다빈치 코드’를 바라보는 전세계 기독교계의 시선이 곱지않다. ‘불화살세례’수준의 반대움직임도 역력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영화 ‘다빈치 코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자, ‘영화안보기운동’에 나설 것은 공언했다. 인도에서는 뭄바이의 가톨릭신자들은 ‘다빈치 코드’의 인도상영금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당국이 개봉날짜를 연기해버렸다.
관객의 입장에선 이같은 논란이 커지면서 ‘다빈치 코드’에 대한 호기심만 높아질 뿐이다. 원작의 파괴력과 종교적인 논란외에도 ‘아폴로13’‘뷰티풀 마인드’의 감독 론하워드와 가장 미국적인 배우 톰 행크스가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점, 콧대 높기로 소문난 르브르박물관·링컨성당·템플교회 등 실제 건축물을 생생하게 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중세시대 예술가의 숱한 작품을 복원하는데 1억3000만달러라는 제작비를 투입했다는 점 등에서 관객들의 흥미와 구미를 한없이 자극시킨다.
마침내 ‘다빈치 코드’가 18일 전세계 동시개봉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영화는 실망스럽다. 실망감은 원작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더욱 커질 법하다.
물론 원작의 겉내용은 충실하게 재현했다. 파리에 체류중이던 하버드대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는 루브르박물관의 수석 큐래이터 자크 소니에르가 박물관내에서 시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살인누명을 쓰게된 랭던은 자크의 손녀이자 기호학자인 소피 느뷔(오드리 토투)와 함께 자크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예수-마리아 막달레나의 사이에 태어난 후손이 살고 있으며, 시온수도회가 그들을 보호한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가톨릭교회가 이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조직 오푸스데이와 손잡는다’는 것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암호들이 단서가 된다.
다만 원작의 매력과 감동을 지탱해준 ‘행간’은 스크린의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다. 자신만만했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다빈치 코드’는 정교하게 짜여진 텍스트를 영화화하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재확인시켜주는데 그쳤다.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 느꼈던 입체구조가 영화속에선 어줍잖은 평면서술에 그칠 뿐이다. 벌써부터 ‘원작을 망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인문학적·미학적인 설명을 등에 업었던 소설과는 달리 영화속 설정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못한채 바쁘게 훑고 지나갈 뿐이다.
‘다빈치 코드’는 불행하게도 방대한 원작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반지의 제왕’의 전철을 밟지 못할 것같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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