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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기억속의 정미소...사진으로 되살리다

사진작가 김지연씨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개관

계남마을 이장직을 맡고 있는 장진권씨 혼례 모습(위), 정미소. ([email protected])

1년 전만 해도 동력을 힘차게 돌리며 쌀을 쏟아내던 곳. 자꾸만 작아지는 농촌이지만, 정미소는 역사 속으로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아픈 상처이기도 하다.

 

“배 고팠던 시절에는 정미소가 사라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는 쌀을 수입하는 세상이 됐네요. 농민들의 생활사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펼쳐보고 싶었던 꿈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어요.”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으로 찍기 시작한 정미소. 이발소와 전주천에 이어 사진으로 정미소를 풀어온 지 7∼8년이 됐다. 2004년 전국에 있는 정미소 500여곳을 기록해 전시했던 사진작가 김지연씨(58)가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 계남정미소를 사들여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www.jungmiso.net)로 만들었다.

 

“이렇게 외진 곳까지 와서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제가 하는 사진이 기록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정미소에 어울리는 농촌 생활사나 농사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가고 싶어요.”

 

“정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보존하고 그 안에서 문화활동을 하고 싶었다”는 김씨가 계남정미소를 택한 것은 현대화된 평야지역에 비해 비교적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폐업한 정미소라 가격도 그리 비싸지는 않았지만, 정미기계실의 원형을 살리면서 전시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록 사진과 영상물 전시 이외에도 정기적으로 정미기계를 움직여 체험학습장으로도 이용할 생각이다.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교육과 마을 특산물을 활용한 주말 장터 운영 등도 계획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 중에는 아직도 뭘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과거에 정미소가 마을공동체 구심점 역할을 한 만큼 마을 공통의 경험과 기억을 나누고 싶어 이름도 ‘공동체박물관’으로 붙였습니다.”

 

문화시설이라고는 경로당이 전부인 곳. 아직은 ‘문화시설’이란 단어가 낯설지만, 마을 사람들은 우선 사람구경할 수 있게 됐다며 반긴다.

 

그래서 개관전은 ‘계남마을 사람들’로 했다. 16년째 계남마을 이장직을 맡고있는 장진권씨 가족, 증조부때부터 계남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전동규씨 가족 등 마을 사람들의 낡은 앨범을 뒤적여 잊혀진 이야기들을 끌어냈다. 흑백사진을 재프린트 한 사진 위에는 마을 사람들의 꽃다운 처녀총각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삶이 흐르고 있다.

 

개관식은 20일 오후 3시. 월요일은 휴관이며, 개관전은 9월 20일까지 이어진다.

 

마이산 남쪽 자락, 산간 농촌마을이지만 주변에는 눈치껏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많다. 마이산과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지방문화재인 백운면 물레방아, 옹기장이 이현배씨의 ‘손내옹기’ 가마 등이다. 문의 011-683-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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