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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새만금 토지이용, 수요자에 맡겨라

박현주(주택도시연구원장)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새만금의 토지이용계획이 그렇다. 새만금은 국민 한 사람당 3평씩 쓸 수 있고 서울의 3분의 2, 실제로는 서울의 주거·상업·공업지역을 모두 합한 면적보다 더 넓

 

은 엄청난 땅이다. 활용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관련 연구기관에서 간척지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정부가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수요자를 찾는 전통적인 토지이용 형태다.

 

우리나라의 토지이용제도는 용도지역제가 원칙이고 지구단위계획을 보완적으로 적용한다. 용도지역제는 정부가 정한 용도와 개발밀도, 층 높이 등에 따라서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여건에 맞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

 

고, 토지의 비효율적 이용과 난개발이 발생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

 

해 지구단위계획을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입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서 정한 용도와 밀도 등에 따라 당초의 용도지역과 관련 없이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토지이용계획은 대체로 개발압력이 높거나 개발을 계획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서 수립하여야 한다. 새만금은 전북 발전을 위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지역이다. 아쉬운 쪽은 지역발전이 필요한 전북이다.

 

새만금이 다른 지역보다 입지적으로 우위이어야 수요자인 기업이 투자한다. 투자의 기본요건은 시장규모와 교통·정보·서비스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유형의 접근성, 저렴한 지가, 전후방연계 등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는 이유는 이러한 조건이 잘 집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땅값이 싼 점 이외는 특별한 이점이 없다. 새만금의 입지가 좋다는 말은 전북의 생각이다. 여기에 투자할 기업인 토지의 수요자의 입장이 아니다.

 

세계경제체제에서 새만금을 보면 지경학적(地經學的) 잠재력이 크다. 투자사업에 따라서는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가 새만금의 시장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넓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기업보다 세계적인 대규모 선도기업을 선별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 중요하다. 선도기업은 입지적으로 자기강화현상(self-reinforcing hypothesis)이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 지역고용창출, 정보집약, 산업의 전후방 연계효과 등의 지역경제효과가 매우 크다.

 

투자여건이 미흡한 새만금에 선도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새만금의 이점인 저렴한 토지의 이용을 기업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반드시 보전해야 할 땅을 제외하고는

 

선도 자본이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면적만큼 쓸 수 있도록 기업에게 토지이용계획을 위임하는 것이다.

 

인프라 또한 기업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여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정부가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여 수요자를 찾는 방식으로는 광대한 새만금을 전북 발전의 메카로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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