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안도현 시 ‘연탄 한 장’ 중)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여기 온기를 품은 연탄 한 장과도 같은 시들이 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집 「연탄 한 장」(비앤엠). 87편의 시를 건져 올린 송수권 시인(66)과 안도현 우석대 교수(45)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정서적으로 매말라 있고,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잃고 지쳐 있다”며 “이러한 때일수록 시인들이 나서서 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힘으로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한 편의 시가 인생의 진로까지 바꾼 대표적인 예다. 중학교 시절, 화가가 되기 위해 미술반에 들어갔지만 우연히 길에서 주운 한하운 시인의 시집 「한하운시초」를 밤새 읽고 또 읽으며 엉엉 울었다고 한다. ‘나도 한하운처럼 문둥병에 걸려야겠다’고, ‘나도 시인이 되어 이 세상의 모든 길을 걸어가며 떨어져나간 썩은 발가락을 노래하고 또한 이 세상의 길을 노래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됐다는 고은 시인의 ‘삶’이란 작품은 이 책의 첫번째 시로 실렸다.
송시인은 백혈병 아내에게 바치는 애절한 사부곡 ‘아내의 맨발 3’을, 안교수는 ‘연탄 한 장’과 ‘그대에게 가고 싶다’를 내놓았다.
그밖에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작품이 함께 실렸다. 김용택의 ‘그 이가 당신이에요’ ‘그 강에 가고 싶다’, 소재호의 ‘유언’, 박형준의 ‘산수유꽃’, 복효근의 ‘다친 새를 위하여’가 가족의 행복과 사랑의 기쁨, 자연의 꿈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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