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岸曙) 김억(金億, 1896∼1950년 9월 10일 북천)의 「야광주」(夜光珠)를 구입한 것은 대학 4년때의 일이다. 군산의 한 고서점에서 였다.
「야광주」(조선출판사, 1944)는 조선종이에 어미(魚尾)까지 들어있는 한장본(韓裝本, 14.5×10.5㎝) 106면으로 되어있다. 민요시인 안서의 역시집(譯詩集) 하나를 대한 것만으로도 기쁨이었다.
「야광주」에는 백거이(白居易, 6수) 이백(李白, 6수) 두보(杜甫, 6수) 유정지(劉廷芝, 2수)와 장약허(張若虛) 위응물(韋應物) 당인(唐寅) 유기(劉基) 진산민(眞山民) 진자앙(陳子昻) 맹교(孟郊) 대복고(戴復古)의 각 1수의 한시 번역이 수록되어 있다. 원시도 부록하였다.
안서는 서문인 ‘변언(弁言) 몇마디’에서 한시 번역의 어려움을 말하고, 자신의 ‘역시 태도는 어디까지나 창작적인 것이 아닐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이 「야광주」를 내는 것은 ‘유명한 고전을 원문으로 감상할 수 없는 이들에게 도움’되게 하고자 함이라고 했다.
‘서울의 밤하늘엔 맑고둥근달/집마단 도닥도닥 다듬이소리/가고오며 휘도는 가을바람은/떠난님 못내잊은 서러운상사(相思)/언제나 저원수를 따려부시고/수자리서 우리님 돌오실는고’ (長安一片月 萬戶搗衣聲 秋風吹不盡 總是玉關情 何日平胡虜 良人罷遠征)
이백의 ‘자야사시가’(子夜四時歌) 중 제3수인 가을노래다. 안서는 원시의 뜻을 우리의 호흡에 잘 맞는 7·5조 가락으로 옮겨 놓았다.
나는 「야광주」가 지닌 이러한 율조의 매력으로하여 조선조여류의 한시를 선역한 안서의 「금잔듸」(동방문화사, 1947)도 구해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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