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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41)

중국 청두(Chengdu. 성도 成都)

비오는 날 청두의 거리(위), 신축중인 청두 타워. ([email protected])

작년, 청두에 도착했을 때 이 도시는 자주 오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었지요. 이상하게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편안했었습니다. 일 년 후, 다시 찾은 청두 역시 그 때 그 느낌 그대로 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전 청두가 깨끗하고 푸근해서 아주 맘에 듭니다.

 

당연히 신남먼 버스 터미널 옆 교통 반점을 찾아갔지요. 올해에는 교통반점의 도미토리 요금이 10위안 더 오르고 아침식사도 무료가 아닙니다. 대신 호텔 내부 시설이 더 밝고 깨끗하게 단장되었습니다. 미흡하던 화장실과 샤워 실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이 정도면 값이 올라도 칭찬해줄 만합니다.

 

참 신기한 일은... 로비에서 체크인을 할 때 직원이 예사롭지 않은 인사를 합니다. “나 아니?” “알지요... 작년에 왔었잖아요.” “헉! 그걸 기억한단 말야?” (내가 그렇게 특이한 행동을 하는 놈인가?) 아무튼... 이 아가씨 이름은 유정. 한국인에게 특별히 더 친절합니다. 이유는 지금 한국말을 배우고 있거든요. (책을 놓고 독학을 하는데 우리말을 꽤 잘하는 편입니다.) 다음날 유정이 특별하게 제작된 청두 지도와 팬더 사진 한 장을 줬습니다. "아저씨 팬더에 관심 있는 것 같던데 이 사진 특별한 거예요. 방콕 주제 BBC기자에게 선물로 받은 겁니다. 그리고 이 지도 아주 예쁘죠?“ "고맙다. 유정아 근데 난 줄게 없어 어쩌냐?" "괜찮아요 아저씨 내년에도 청두에 놀러 오세요." "그래 기약 할 수 없지만 한국가면 너 사진부터 부쳐 줄게" "참~ 이 열쇠... 상황이 여차 저차한데 통화료 줄 테니 송판에 전화 좀 해줄래? 바로 부쳐준다고..." "아저씨 주인하고 통화했는데 복사한 열쇠가 많다고 기념품으로 가지시래요." 허허... 5위안에 통화료까지 내고 자물통 없는 열쇠하나 산 샘이군요. 아무튼, 유정처럼 기억력 좋고 싹싹한 직원들만 뽑아서 사업을 하면 사세 확장은 일도 아닐 겁니다.

 

교통반점 앞에 특이하게 태국음식점이 있습니다. 값이 만만치 않은데 한번 맛보기로 했죠.^^ 전체적으로 단 것이 조금 흠이긴 해도 깔끔하고 정갈해서 좋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운하를 따라 슬슬 나섰습니다. 청두의 야경 역시 중국답게 현란합니다.

 

다음날 아침, 비가 와서 팬더를 보러 갈 일정을 포기하고, 오전 시간을 노닥거리다 함께 묶은 일본아이들과 어제 보아 둔 그럴듯한 전통 거리로 나왔습니다. 빗속을 뚫고 찾아간 집은 북경 오리요리 (뻬이징 카오야)를 하는 집이었습니다. (왜 이러지? 청두까지 와서 에서 태국요리, 북경요리...) 워낙 유명한 음식이라 기대를 좀 했는데 생각 보다 느끼하여 제 입맛엔 별로...그냥 먹을 만 했습니다. 뻬이징 카오야는 여러 명이 가서 한 마리 시켜 질리지 않을 만큼 맛을 보고 다른 요리로 배를 불리면 괜찮을 듯합니다. 오후엔 새로 짓는 높은 탑이 보여서 거기 까지 슬슬 걸어가며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사람 사는 모습들을 보며 보냈습니다.

 

중국 장거리 노선의 열차 표 중 경와(硬臥 : 잉워-6인 침대)는 인기가 좋아 당일 표를 사기 어렵습니다. 저녁 7시 42분 출발 시안행 열차 잉워표를 30위안 더 주고 교통반점에 있는 여행사에서 전날 예매를 해두었습니다. 6시 20분... 차 시간을 넉넉히 남겨 두고 교통반점을 나왔습니다. 유정이 알려 준대로 버스 노선을 두 번 확인하여 묻고 물어 탄 버스가 이상한 곳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가씨 지금 이 버스 청두역으로 가는 것 아닙니까?" "아니요 반대로 가는 중인데요" 옴마나... 20분을 왔으니 돌아가자면 한 시간도 더 걸릴 것 가토~. 후다닥 차에서 내려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7시 20분이 다 되어 청두역 앞 도착. 웬 역이 이리도 크냐...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지. 눈앞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과일사고, 물 사고 컵라면 하나에 빵까지... 정신없이 뛰어 열차에 오르자마자 1분도 어김없는 7시 42분, 정확히 출발했습니다. 에고 정신없다.

 

그렇게 뛰는 와중에 바닥에 떨어진 1위안짜리 지폐를 발견하고 주어 왔습니다. 웬 횡재? 중국에선 액땜은 한다고 길바닥에 작은 액수의 지폐나 동전을 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군요. 그걸 줍는 사람에게 액이 옮아간다는... 정말 그럴까요? 그럼 난 머가 잘못되는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북경에서도 1위안 또 주웠는데... 그렇거나말거나 많이 만 버려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청두에서 저녁에 출발한 서안행 특쾌열차는 16시간을 달려 다음날 정오에 서안에 도착합니다. 사천성의 아름다운 풍광은 어두워서 못보고 다음날 차창 밖 풍경은 흔히 보는 지루한 풍경의 연속이었죠. 밤이 깊어 6인 침대 칸 불이 꺼지는데 잠이 오지 않아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맥주라도 한잔 마시고 잠자리에 들면 나을 것 같아서...

 

지금까지 열차에서와는 달리 식당 칸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맥주를 안 판대요. 저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먼대? (10시가 넘으면 문을 닫나 봅니다.) 심통이 나서 돌아 나오려는데 앞에 앉은 젊은이가 부릅니다. 남은 맥주를 같이 한잔 하자고... 어디서 왔냐? 머 하는 사람이냐? 어디를 가냐? 첫 만남에서 늘 받는 취조를 받으면서 맥주잔을 기울이자니 식당 종업원의 눈치가 보여 일어서려 해도 상관없다며 자꾸만 맥주를 시키는데 자정이 훨씬 넘도록 10병 이상 얻어 마셨나 봅니다. 먼 빽이 이리 좋은가 하고 직업을 물어보니 변호사... 흐흐. 중국에서도 이런 직업은 배경이 막강한가 봅니다.

 

그런데 이 친구 생긴 것이 좀 빈(?)하게 보이고 영어가 너무 안 되어 변호사라는 직업이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돌아갈 때 란워 칸으로 가는 걸 보니 돈이 좀 있긴 있나 봐요.^^

 

다음날... 이 친구의 일등칸에서 낮 시간을 보내고 서안에 도착하여 북경행 표를 예매하고, 샹떼빈관 (상덕빈관)까지 함께 온 후, 얻어먹은 술이 미안하여 점심을 산 다음 보내주었습니다. 저녁 때 친구들과 노래방 가자고 하는데 또 한 번 신세를 지기 싫어 전화는 하지 않았습니다.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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