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유발자들(감독 원신연·주연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코미디)
외진 시골길을 지나다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제법 완력에 자신있는 사람이라도 움찔하게 마련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구타유발자들’은 인적이 드문 산골에서 단편영화 촬영도중 마주쳤던 토박이들로 인해 섬뜩함을 느꼈던 감독의 실제경험에서 비롯됐다. 카사노바 성악가인 대학교수가 최신형 벤츠에 제자를 태우고 호젓한 교외로 드라이브를 간다. 인적드문 강가에 차를 세운 카사노바. 제자를 범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심상치않은 분위기의 비호감 사내들과 맞닥뜨리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는 반복하는 새사냥꾼, 동네 양아치, 어느새 살벌한 가해자로 돌변하는 순진한 총각 등이 피와 살이 튀는 폭력을 보여준다.
온통 핏빛으로 물드는 화면을 지켜보기가 고역스럽다. 말랑말랑한 요즘 영화들에 비하면 얄궂고 불편하다. 하지만 단 8명의 배우가 하룻동안 벌이는 폭력의 악순환을 통해 관객들은 ‘폭력과 그 폭력의 길들여지는 인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갖게 된다. 원초적 본능에서 비롯된 핏빛 기호들을 추리다 보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음란서생’에 이어 다시 뭉친 한석규·오달수를 비롯해 이문식, 정경호 등이 ‘코믹잔혹극’을 완성한다. 특히 순박함으로 일관하다 갑자기 악마성을 드러내는 이문식, 산발한 머리에 군용 깔깔이를 입은 오달수의 엽기미소가 제격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모노폴리(감독 이항배·주연 양동근 김성수 윤지민·스릴러)
반전에 승부수를 띄운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전략은 정교함과 치밀한 캐릭터다. 관객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복선이 얼마나 밀도있고 촘촘하게 배치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모노폴리’는 아쉬운 게 많다. 여러모로 ‘범죄의 재구성’(2004년)이나 ‘유주얼 서스펙트’(1995년)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했지만 결국은 ‘먹잘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소재와 시도는 참신하다. 소심남인 은행전산망 보안담당자 경호(양동근)가 악마적 카리스마로 무장한 재미교포 존(김성수)의 사주를 받고 은행전산망을 해킹한다. 범죄는 성공하지만 존은 미국으로 사라지고 경호는 정보원에 체포된다. “청진기 대면 진단이 나온다”는 유행어를 남겼던 ‘범죄의 재구성’이 범죄의 정교한 준비과정을 반전의 뇌관으로 삼은 반면, ‘모노폴리’는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 들이밀려다 좌초한 느낌이다. 다만 메텔인형을 들고 곱게 빚은 머리로 ‘키덜트’의 진수를 보여준 양동근의 연기를 보는 재미만큼은 남다르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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