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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태어난 공간을 보다

박래부 「작가의 방」·2006 서울국제도서전 특별전 ‘작가의 방’

고은 시인과 작업실, 김용택시인의 작업실, 소설가 신경숙과 작업실(위에서부터). ([email protected])

아직 젊은 작가들에게는 열 평 남짓 담배연기가 찌든 방도 고맙지만,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방은 대부분 읽은 책을 다 쌓아두지 못할 만큼 책들로 빼곡하다.

 

한 줄을 쓰기 위해 밤낮으로 씨름하고, 책 한 권을 탈고하기 위해 몇 년간 틀여박혀 있어야 하는 작가의 방. 지금 출판계에서는 독자들에게 신비로울 수 밖에 없는 작가의 방이 화두다.

 

넘치는 책을 주체 못해 만년 ‘2학년 1반’ 담임을 맡고있는 김용택의 서재는 세 개. 학교와 고향집, 전주의 아파트로 책들을 나눠 쌓아두고 있는 시인에게 비밀스런 서재가 하나 더 있는데, 그 곳은 바로 자연이다. 소설가 신경숙의 방은 문 없는 화장실이 파격적이다.

 

7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에서 열리고 있는 ‘2006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2006). ‘책으로! 책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도서 관련 행사다. 국내 317개, 국외 112개 업체들이 참여해 다양한 출판물들을 전시하고, 관람객들은 시중가보다 10∼30% 할인된 가격에 양서들을 구입할 수 있는 이 곳에 ‘작가의 방’이 펼쳐졌다.

 

작가가 글쓰기하는 작업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공간은 실제 작가의 방을 촬영해 ‘작가의 방’ 코너에 모자이크 형식으로 옮겨붙인 것이다.

 

참여작가는 군산출신 고은 시인과 ‘섬진강 시인’ 김용택, 정읍 출신 소설가 신경숙, 그리고 소설가 김훈씨. 4명 중 3명이 전북 출신 작가다. 도서전측에서 직접 섭외한 작가들인만큼, 지역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작가의 방’을 기획한 대한출판문화협회 국제사업부 박철헌씨는 “작가와 독자의 거리를 좁혀주고 독자가 작가의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작가의 방」(서해문집)이란 묘한 에스프리를 담은 책도 나왔다.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인 문학기자 박래부씨가 ‘우리 시대의 좋은 작가’ 6명을 찾았다.

 

이문열 김영하 강은교 공지영 김용택 신경숙. “자연 전체를 하나의 큰 서재로 여기는 시인은 드물지만 행복하다”고 쓴 김용택과 “집 전체가 정갈한 카페를 연상시킨다”는 신경숙의 방은 이 책에도 포함돼 있다.

 

특히 자신의 내밀한 공간을 보여주기 싫어하던 신경숙은 청탁 1년여 만에 마지못해 집필공간을 공개했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 페이지를 접어놓는 대신, 책을 깨끗이 보존하려고 사이에 끼워놓는다는 작은 조약돌이 특이하다.

 

경기 이천에 ‘부악문원’이란 이름을 달고있는 소설가 이문열의 방, 자유로운 인문주의자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젊은 소설가 김영하의 방, ‘꾸밈없는 착함이 거처’하는 강은교 시인의 소박한 방, 작은 도서관쯤 될 법한 장서를 갖추고 책이 자신의 오락이라 말하는 소설가 공지영의 방도 「작가의 방」에 문을 열었다.

 

저자 박래부씨는 “방의 취향은 가지각색이고 뒤죽박죽이었으나, 어느 방에서도 발견되는 것은 고전이라는 오랜 유산이었다”며 “그들은 책을 거름 삼아 또다른 책을 생산해 내고 있었고, 그들의 서재는 고서점 같기도 하고 과거의 온갖 정신이 누워있는 박물관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빛나는 문학이 탄생한 공간과 거기에 투영된 작가의 내면을 만날 수 있는 두가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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