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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 성관계, 사랑일까 성폭력일까

엘런 스트랜튼의 '레슬리의 비밀일기' 출간

내 남자친구가 아직 미성년자인 나에게 집요한 성관계를 요구해온다면, 그것은 사랑의 표현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성폭력일까.

 

앨런 스트랜튼의 '레슬리의 비밀일기'(소년한길)는 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친구의 행동이 결국은 하나의 성폭력이었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들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다.

 

 

자신을 사랑한다며 만날 때마다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자 친구의 잘못된 요구를 '사랑하는 사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거절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녀의 진짜 심각한 고민을 잘 담아냈다.

 

예쁘장한 미모로 인기 많은 소녀 레슬리는 어느 날 여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 전학생 제이슨과 사귀게 된다.

 

그러나 제이슨은 하루라도 만나주지 않으면 신경질을 내고 또 만날 때마다 레슬리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심지어 물리적 폭력까지 일삼지만 레슬리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모두 인내한다.

 

남자친구와의 관계, 복잡한 집안 문제로 끊임없이 고민하던 레슬리는 영어 시간에 쓰는 '비밀이 보장되는' 일기에 남자친구와의 일들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새로 온 영어선생님이 레슬리의 일기를 보게 되면서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영어선생님은 레슬리에게 남자친구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이 일종의 '범죄'라고 이야기하며 엄마와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레슬리는 일기 내용이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거짓말을 하지만 이미 일은 심상치 않다. 특히 남자친구의 반응이 상상을 초월했다.

 

레슬리가 그동안의 일들을 일기에 낱낱이 적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이슨은 레슬리를 찾아가 마구 폭력을 행사한 뒤, 심지어 일기를 내놓지 않으면 몰래 찍어놓은 레슬리의 알몸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레슬리. 제이슨의 폭력과 제이슨의 변호사에게 집요하게 시달리던 레슬리는 결국 친구 케이티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어 법정에서 제이슨의 행동을 낱낱이 증언하게 된다.

 

주인공의 은밀한 고백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사랑으로 설레는 십대 소녀의 마음에서 남자친구와의 성관계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힌 절망적 고민까지 세심하게 추적했다. 요즘 십대 소녀들의 시니컬하면서도 쿨한 말투를 그대로 살려낸 옮긴이의 번역도 뛰어나다.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과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책' 선정작. 박슬라 옮김. 38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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