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판에서 성도를 오는 길에 설명을 드렸 듯 "뻬아찌는" 웹을 통해 만난 인연입니다. 작년 겨울 다음카페 중국여행 동호회에서 이 분의 글을 읽고 구채구, 황룡의 정보를 확실히 얻었기 때문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때 마침 서울에서 번개가 있어 올라갔죠. (저가 워낙 비싼 몸이라 누구를 만나러 엉덩이를 띠는 일은 아주 드뭅니다.^^) 스케치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인상이 아주 좋으십니다. 박학다식하시고... 또한 사람을 편하게 대해 주는 재주도 겸비를 했더군요. 역시나 웃뺘가 사람 볼 줄 압니다.^^ 아이디에 나랑 같은 "아저씨"란 호칭이 붙어 있어 더 정이 갔나 봅니다.
여행을 떠날 때, 혹시나 북경에 가면 뵙고 싶다고 뜻을 알려더니 혼 쾌히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주소와 전화번호를 수첩에 잘 적고, 우루무치에서 이 분께 전화를 했습니다. 일정이 생각보다 순조로워 북경에 하루 이틀쯤 묵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서안에서 전화를 다시 한 번 드렸더니 제 일정은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번개를 준비해두었습니다. 덕분에 북경에서 일정보다 하루 더 머물면서 잘 쉬긴 했지만 폐만 잔뜩 끼친 결과가 되었습니다.
5월 25일 21시 10분, 서안을 출발한 T56 특쾌열차의 좌석을 찾아가자 다른 사람이 앉아있더군요. 정중히 제자리를 돌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몸짓으로...^^) 엥? 그 사람이 절 이상하게 쳐다보는 겁니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난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내 자리 달라고 때를 썼지요. 헉... 그 사람도 "4호차 24번 좌석"... 이게 우짜된 일이야? 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확인 결과, 제 표의 날짜가 24일... 어제 출발하는 차였습니다. 도대체 이게 머야? 이틀 전 서안역에서 분명히 25일 차표를 예매했는데. (성도에서 올 때 만난 중국인 변호사랑 함께 예매를 했기 때문에 날자는 확인도 안했죠. 그런데 그 무식한 아줌마가 당일 표를 줬던 겁니다.)
그때부터 두 시간 동안 정말 황당했습니다. 물론 차장에게 돈을 주고 차표를 다시 끊으면 되지만 거금 150위안 (22,500원)을 한순간에 날린다는 자괴감... 그러나 열차에 빈 좌석이 없다는 것만 빼면 별 걱정은 없었습니다. (이제 이런 일은 이골이 나서 걱정 축에도 못 낍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전날 티케팅한 비행기도 못 타고 14시간을 버스로 이동했습니다...하하)
두 시간 후 차장이 검표를 할 때 생떼를 썼지요. 전혀 말이 안 통하다 보니 누군가를 불러왔습니다. 한국인인데 (재중동포였을까요?)... 무척 퉁명스럽게 "날자 확인을 안 한 것은 내 책임이니 돈을 내라"는 겁니다. 난 말이 통한다는 자체가 반가워서 우선 그 사람이 왜 이차에 탔는지 부터 알고 싶은데... 내 과실은 인정하지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명히 서안역에서 25일자 열차 표를 구입했고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이 표에 3일간 유효하다고 써 있는 건 무얼 의미하는 거냐?
우째 통역을 했는지 갑자기 열차에서 제일 높은 양반이 와서 내 표를 냉큼 가져가 버리더군요. 그렇거나 말거나... 난 돈 못준다. 정말 돈이 없었어요. 잔돈 20원 정도와 비상금 100원밖에... (비상금은 감추어 두었으니 못찼지롱~) 콧김을 씩씩 불며 복무원이 앉는 자리에 떡하니 죽치고 앉아버렸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20분쯤 후 복무원이 와서 슬그머니 내 주머니에 표를 넣어주며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갔습니다. 이것으로 상황 끝. 그날은 오히려 저 구석탱이 자리에서 혼자 다리 뻗고 - 두 자리 다 차지하여 아무도 간섭 안 받고 - 졸며왔습니다...헤헤
Tip : 정확한 소식통에 의한 정보입니다. 중국 열차 표를 유심히 보시면 유효기일 3일 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 의미는 장거리 열차를 타고 가다 중간에 내려서 3일안에 다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저처럼 발권 일에서 하루가 지났다 해도 이 표로 차를 타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발권 일에 지정된 시간의 지정 열차를 탄다면) 단, 차는 탈수 있어도 좌석이 없기 때문에 서서 가야 한다는 불편이 따를 지도 모릅니다.
다음날 10시 30분, 거대한 "서북경역"에 도착하여 뻬징아자씨에게 전화를 드리자 "싱싱님"이 연길에서 11시쯤 북경역에 도착 예정이랍니다. 열심히 북경역으로 이동... 마중 나온 굼벵이님, 싱싱님과 정확히 도킹. 무거운 배낭을 락커에 맡기고 싶은데 두 사람이 난리 브르습니다. 북경역에 짐 찾으러 오는 것이 더 힘들다고... 그때부터 우리의 젊은 일꾼 굼벵이 총각은 돌덩어리 같은 제 배낭을 바꾸어 매주며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다분히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북경역과 좀 떨어진 외환은행에 가서 환전을 하고, 무료 국제 전화도 한 통, 시원한 물도 얻어 마시고... 천안문 광장으로 나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원명원은 과거 베이징의 "삼산오원" 중에서도 으뜸, 정원중의 정원으로 찬탄 받던 곳입니다. 1860년 제2차 아편 전쟁시 영국이 약탈하고 1900년에는 프랑스가 방화를 하여 심하게 파손되어 현재는 그 잔해만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정부에서 복구 예정이지만 베르사유궁을 모방하여 만든 궁전의 폐허만은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답니다. 제 눈엔 이게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드넓은 원명원을 미친년 널뛰기하듯 돌고 뻬아찌님과 약속시간 저녁 6시를 맞추기 위해 싱싱님의 재치로 며칠 전 개통한 13호선 지하철을 탔습니다. (북경의 지하철 노선은 현재 3개입니다. 그런데 13호선? 예~ 1,2호선은 기존 노선이고 3호선부터 줄줄이 개통 될 예정이랍니다. 13호선은 외부 순환선을 이어 조금 먼저 개통되었을 뿐...)
6시 30분... 드디어 빼아찌와 상봉. 기념으로 우리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담배 피는 분들 이런 일 조심하세용~. 저 역시 사진 찍으면서 한두 번 당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야경 찍을 때, 셔터 눌러 놓고 기다리는 동안 담배 열심히 피다보면....흐흐. 앗!... 사진을 보니 저가 그간 얼마나 햇볕에 그을었는지 알겠습니다. 배도 많이 들어가고... 머리가 노랗게 탈색되어 꼴이 말이 아닙니다. 우루무치에서 중국 최신 유행으로 머리를 잘라서 스타일도 바뀌고...^^
만남의 회포를 풀기 위해 찾은 곳은 새로 개점한 북한 식당 "옥류관 분점 1호점" 뻬아찌 관사 바로 곁에 있다는 이유로 비싼 외국?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이날 저녁 값이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에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오너는 죽어도 책임진다."는 우리고유의 풍습에 따라 뻬아찌님이 며칠 고생한 급여를 한 끼에 날리는 과감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아~ 이건 고쳐져야 할 풍습이지만 한편으론 멋진 풍습이기도 합니다.)
그럼 들어가 보실까요? 여행 중 이렇게 크고, 고급스럽고, 정갈한 식당에 와 본 경험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 우리와 피를 나눈 동포라는 이유로 북한 사람들이 너무나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를 주신 뻬아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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