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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Weekend] "눈귀 손발 잃은대신 자유 평화 얻었잖소"

전주 원동 '전북무용천' 참전용사와 가족

한국전쟁 발발 56주년을 사흘 앞둔 22일 전주 원동 전북무용촌에서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이 모여 어렵게 살아온 날들을 회상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중 일부-

 

 

내일 모래면 6·25전쟁 발발 56주년을 맞는다.

 

우리에게 해마다 찾아오는 6·25이지만 전북무용촌 국가유공자들에겐 그 의미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

 

반세기가 훌쩍 넘었건만 아직도 이들의 뇌리속엔 포탄과 총성속에서 전우들의 외침이 난무하는 전장의 긴장과 공포, 전율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오듯 쏟아지는 총알과 포탄 파편에 맞아 눈과 귀를 잃고 손과 발이 잘려나가고 허리를 다쳐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때 자신들을 부축해 준 전우들...

 

지금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생사조차 알 수 없지만 치열한 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의 비장한 얼굴들은 해가 갈수록 더 또렸하게 다가온다.

 

눈만 보이면, 두 다리만 성하면 자신을 구해 준 그 때 그 전우들을 찾아 나서련만 그저 마음뿐이다.

 

무용촌에 함께 모여 살던 참전용사들도 이제 육신의 고통이 없는 영원한 안식처를 찾아 하나 둘씩 떠나가고 살아남은 자 몇몇이 이들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

 

이들에겐 한평생 서로 돕고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 온 동료들을 떠나 보내는 아픔보다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져 가는 6·25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망각이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항상 그랫듯이 6·25만 되면 요란을 떨며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잊혀지는 전쟁의 상흔이 이들에겐 하루 하루가 결코 지울 수 없는 전쟁의 연속이다.

 

이 땅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위해 한알의 밀알처럼 헌신한 애국선열과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다시금 우리의 가슴에 되새기고 이들의 희생정신을 길이 길이 남겨야 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적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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