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부족 아쉬움...천정명 열연 '눈길'
△강적(감독 조민호/출연 박중훈·천정명/)
#1.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형사 박중훈은 욕을 입에 달고산다.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넘친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용의자에게 주먹질도 마다하지않는다. 이윽고 킬러와 마주친 형사 박중훈은 사투끝에 탄광오수에 고개를 파묻으면서도 킬러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는다.
#2. ‘불후의 명작’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영화감독 박중훈은 어깨에 잔뜩 힘을 뺀채 우유부단과 순진함을 숨기지않는다. 영화사로부터 ‘시나리오만 넘기고 연출은 빠져라’는 통보를 받고 실의에 빠진 박중훈은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어딘가 어색하다. 워낙 코믹연기가 각인되서 인지, 말랑말랑한 멜로연기는 박중훈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어느새 중견배우 소리를 듣는 박중훈이 다시 형사연기에 도전한다. ‘강적’.
‘투캅스’시리즈를 비롯해 에 이어 99년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에 이어 다섯번째 형사역이다. 이전까지는 능글맞고 여유만만한 형사역이었다면, ‘강적’에서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밑바닥형사’다. 하지만 왜소하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보여준 만능형사라기 보다는 ‘불후의 명작’에서의 뭔가 어색한 감독에 가깝다. 대사나 연기가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청정명과 함께 극을 흐름을 이끌어가지만, 강력한 화학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살인누명을 뒤집어쓴 전직 건달(천정명)이 투옥된다.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는데, 인질을 잡은 사람이 하필이면 강력계 형사(박중훈)다. 한때는 잘나갔던 형사는 실수로 동료의 죽음을 방치한 채 자포자기 신세가 된다. 인질신세인데도 “순직처리되면 투병중인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다”며 건달에게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결코 어울릴 것같지 않던 이들은 기묘한 동병상련을 느끼고, ‘뭣도 없는 인생’에 희망을 걸어본다.
탈옥수와 인질형사의 의기투합을 그린 ‘강적’은 밑바닥 인생들의 투쟁기다. 어느 곳에도 설수없는 낙오자들이 “인간은 다 억울해”“세상은 원래 시궁창이야” 식의 냉소적인 대사들을 쏟아내며 악다구니를 쓴다. 여기에 스톡홀름증후군(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현상)과 리마증후군(인질범이 인질을 배려하는 현상)을 덧씌우고, 결국에는 “까짓거 제대로 한번 살아보자”고 해피엔딩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볼거리는 그런대로 풍성하다. 초반부의 속도감있는 화면전개도 좋고, 들고찍기와 실시간 화면분할을 통해 인물들의 급박한 심정을 매끄럽게 보여준다. 천정명의 몸을 사리지않는 연기에도 눈길이 간다.
하지만 ‘강적’은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수준에 그친다. 최근 개봉했던 ‘홀리데이’와 ‘사생결단’과 비슷한 분위기인데도 비장미가 없다. 특히 초반부의 냉소적인 악다구니가 후반부에서 갑작스럽게 ‘복수혈전‘으로 선회하는 극적구성은 용두사미격에 그친다. 초반에 너무 앞서가다 일찌감치 탈진해버린듯한 느낌이다.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헐리우드블록버스터의 공세를 ‘강적’이 한몸으로 지키기엔 다소 버거워보인다.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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