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난한 시절의 뒤안은 늘 눅눅했다”는 채명룡 시인(43). 그의 고백을 닮아 그의 시도 눅눅하다.
쉬는 것이 목숨을 내려놓는 일이라 일생을 걸어온 사람들. 첫 시집 「市場 소식」(시문학사)에는 가난한 시절을 넘나들던 그늘진 사람들이 담겨있다.
“첫번째 외출에 가슴이 서늘합니다. 살붙이를 떠나보내는 일이라 허전하기도 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더라도, 저희들끼리 굳건히 뿌리내린 가난한 영혼들과 한 시대를 살아가고 싶습니다.”
‘市場 소식’이란 제목으로 쓰여진 열편의 연작시.
‘어느 날부터 할머니의 자리가 비워졌습니다./살아나 있을까. 긴 겨울밤입니다.’ ‘입만 벌리면 허기진 하루가/까맣게 매달려 있는 우리들의 판잣집’ 땀냄새로 살아가는 시장 사람들의 삶이 슬프게 기록됐다.
이번 시집은 90년대 이후부터 15년여 동안 써온 것들을 엮은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의식이 심장을 관통하는 아픔이지만, 내 안의 나를 다스리는 일이며 스스로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라는 채씨. 그는 시를 통해 사람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그의 시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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