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뻐꾸기를 사랑한 나무' 출간
문학청년이 있었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재기가 넘쳤지만 그는 시를 쓰지 않았다.…청년은 마흔이 되어서야 등단했다. 그리고 쉰셋에 첫 시집을 엮었다. (뻐꾸기를 사랑한 나무)(홍영사).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험난한 시대에 숨 죽이고 있었던 것이 차마 부끄러웠다고.
이세재(53·우석고교사) 시인의 시집 출간을 기뻐하는 이들이 많다. 그의 시집에 이래저래 글을 올린 지인들은 “이 나이에 다시 시를 쓰고 시를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기적”이라며 오랜 기다림을 반가움으로 표현했다.
시인을 만났다. “교육대학을 나와 일찍부터 교편을 잡았습니다. 핑계같지만 유신시대와 독재, 민주화운동 등 일련의 시대사속에서 개인의 처지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시대와 별개의 삶을 산 셈이지요. 친구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오랜동안 시를 쓰지 못했단다.
마흔을 앞두고 문학공부를 시작했다. 199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고, 같은해 시문학지 추천을 받았다.
시집을 내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열심히 썼다. 책으로 엮으니 비로소 과거의 갈등들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앞으론 다른 시들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의식으로부터 해방이 된 기분입니다. 나이가 있어 재기발랄함은 뒤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의식이 너무 강했던 탓이다.
시집을 받아본 지인이 물었단다 “그리운 이들이 많냐고.” 시집은 아쉬움과 그리움이 주조다. 지난해 시집 출간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쓴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저변에는 이루지 못한, 하지 못한 꿈에 대한 향수가 크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회한, 그리움이겠지요. 묻겠다는 의미보다 새롭게 승화시키겠다는 의지입니다.” 문명에 빗댄 개인의 초상도 담겼다. 시 ‘냉장고’는 누이에 대한 그리움이며, ‘괘종시계’는 할머니를 기억하는 작품이다. 보편적 정서와 삶의 형태가 무의미해지고 사라지는게 안타까운 시인의 마음을 담았다.
의식세계도 털어놓았다. 시집의 제목 ‘뻐꾸기를 사랑한 나무’가 그의 의식세계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둥지를 틀지 않는새 ‘뻐꾸기’를 사랑하는 나무는 결국 나의 모습이자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가능하다는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꿈꾸고 도전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것이죠. 저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사랑합니다.”
“그리워지고 기다려지는게 인생이더라”는 시인은 이번 시집을 엮어내면서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가 이뤄지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시답게 살지 못하면서 시를 쓴다는 것이 위선이라는 생각에 시를 잊고 살았다’는 시인은 이젠 ‘시답게 살기 위해서 시를 써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쉰 셋이라는 인생의 나이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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