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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근원수필(近園隨筆)

인생과 예술에 대한 줏대...월북 작가 김용준 수필집

김용준(金瑢俊, 1904~1950 월북)의 「근원수필」(近園隨筆, 을유문화사, 1948)을 구한 것은 그가 월북한 후의 일이었다.

 

서울대 미술학부의 초대 교무과장으로 6·25때엔 예술대학 학장이 되었다가 월북하였다는 것도 뒤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근원’은 ‘검려’(黔驢)와 더불어 그의 아호의 하나다.

 

내가 이 책을 애지중지 오늘까지 가지고 있는 것은 글이 지닌 멋으로 하여서다. 글들은 물론 수필이다. 편편에는 근원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줏대가 밑받침하고 있거니와 높은 행취와 운치가 깃들어 있다. 그림 뿐 아니라 역사·문화·예술에 대한 식견 또한 해박하다.

 

‘붓에 먹을 찍어 종이에다 환을 친다는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한 노릇이리요마는 사물의 형용을 방불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장기(長技)로 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빌어 작가의 청고한 심경을 호소하는 한 방편으로 삼는다는 데서 비로소 환이 예술로 등장할 수 있고, 예술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기도 하는 것이다.’

 

‘게’(蟹)의 한 구절에서도 그의 미술론을 엿볼 수 있다. ‘환’(미술) 뿐이겠는가. 모든 창작예술에 통하는 진리라 할 수 있다. 예능과 예술, 기능(技能)과 기술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발문’에서 근원의 수필론도 볼 수 있다. ‘내가 수필을 쓴다는 것은 어릿광대가 춤을 추는 격이다./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으로서 쓴맛 단맛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는 글이고서야 수필다운 수필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구절 생각이면 명색 수필을 쓴다는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표지화(난초)와 자화상(黔驢四十五歲像·善夫孤獨)은 이 책을 가진 이의 기쁨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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