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시집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에게'
이용범(45)시인이 두번째 시집을 엮었다.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에게」(모아드림). 첫 시집 「너를 생각는다」를 선보인지 11년만이다. “제 작품이 다른 사람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집을 엮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시인은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시를 쓰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26편의 연작시 ‘지운 김철수’가 눈에 띈다. 지운은 조선공산당 책임비서를 지낸, 사회주의 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였다. “지운선생에 대한 사상적 경도보다는 인간적인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남한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상을 가졌지만 자연과 사람을 아끼고 사랑했으며, 궁핍한 환경에서도 항상 올곧고 겸손하고 배려하며, 청빈함을 지키셨습니다. 그 분의 삶이 우리시대의 지표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운의 생애를 압축된 시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연작시를 썼다는 시인은 우리시대 귀감이 될 만한 삶이라고 덧붙였다.
“시를 쓰는 사람은 사회변화나 온당치 못한 현상을 묵과해서는 안됩니다. 촉각을 세우고 사회를 바라봐야 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그것이 시인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운 연작시에 이어지는 부안과 그의 고향 줄포, 부안사람들에 대한 작품들은 그의 문학관을 보여주고 있다. '들었던 깃발도 바라고 구호 또한 눈앞에 있다. 사람과 사람에 섞여 묻어가는 나'. 상처투성이의 고향, 깡그리 무시되고 짓밟히는 주민들의 외침,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생명을 빼앗기고 있는 삶터 등이 시어로 되살아났다.
“며칠전 망해사에 다녀왔습니다. 죽어가는 바다와 갯벌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머잖아 이름을 바꿔달아야 하겠더군요. 이념이나 역사의 주류에 묻혀 희생되는 개인이나 사건을 시의 주제로 잡을 겁니다.”
문학평론가 이성우씨는 이씨의 시에 대해 “일상의 구체성과 역사적 정직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개연적 사실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부안백산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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