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심(張貞心, 1898-1938)의 시집 「금선(琴線)」은 2종이 전하는 것 같다. 시인의 생전에 나온 이 시집을 1939년 유고시집으로 소개한 문예사전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소장한 「금선」(가정사, 1934)은 4·6판 212면의 초판본이다. 제1부 ‘서정시’에 90편, 제2부 ‘시조’에 88편, 제3부 ‘동시’에 2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서문·발문은 따로 없다.
제1부의 첫 작품은 시집명이 된 「금선」이다. 이 한편이 바로 서문의 구실까지를 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높은 줄 낮은 줄/가는 줄 굵은 줄/금선은 나의 생명과 한가지/조선의 정!을 노래하려오/찰라의 인상/오늘의 감상/내일의 명상/지나간 추억/눈물의 역사/구속의 번민/병상의 신음/기쁨의 노래/햇빛과 달빛 아래/슬픔과 즐거움이/심금을 헤치고 나오면서/조선의 강산이 그립다 하오.’
시인에게 있어 ‘금선’은 ‘심금(心琴)’과 다를 바 없다. ‘금선’이 소리를 낸다면 ‘심금’은 시를 낳는다.
장정심은 감리교 신자로서 1930년을 전후한 종교시단의 개척자였다. 서정적 자유시 뿐 아니라 단수의 시조시, 어린이를 위한 동시에도 두루 통한 시인이었다.
‘친구를 안다함은 얼굴만 안 것이지/맘이야 누가알까 짐작도 못하렸다/오늘에 맘 아파함은 내 탓인가 하노라.’ 시조시의 한 수 ‘내 탓’이다.
3·4·3·4/3·4·3·4/3·5·4·3의 자수율로 되어 있어 읊조리는 데도 숨결이 편하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였던가. 한동안 우리사회에서 ‘네 탓 아닌 내 탓’의 구호가 유행한 때가 있었다. 이 시조는 그 선편을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을 구한 것은 1952년, 대전의 한 고서점에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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