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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의 용기(龍旗)를 접하다

전주기접놀이보존회 '칠월백중 전주기접놀이' 용기놀이·용기이어달리기·용기싸움 등 재현

5일 전주시 삼천둔치에서 열린 '칠월백중 전주 기접놀이'에서 한 참가자가 용기놀이를 선보이고 있다.../안봉주기자 ([email protected])

“용이 꿈틀꿈틀하면 비가 온다고 해서 기에다 용을 그려넣었지. 용기싸움을 해서 깃죽이 부러지거나 꿩장목이 땅에 떨어지면 형님마을 아우마을로 승부가 나. 가뭄에 물이 귀할 때면 형님마을부터 물을 댔지.”

 

“우리 어렸을 적에는 용기를 어깨에 메고 들길로 이 마을서 저 마을까지 뛰어갔다 왔어. 농사를 지으려면 힘이 세야 하니까, 마을 장정들이 모여서 힘을 과시하는 거지.”

 

농신(農神)이 강림하는 하늘과 땅 사이의 매개물로 농촌마을에서 신성시되었던 용기(龍旗). 오랜만에 용이 날아올랐다.

 

5일 오후 3시 삼천둔치에서 열린 ‘칠월백중 전주기접놀이’. 전주기접놀이보존회(회장 심영배)가 옛 전주부 우림면과 난전면(전주시 삼천동 평화동 일대)에서 이어지던 민속놀이 ‘전주기접놀이’를 되살린 것이다.

 

1956년 중평마을에서 열린 마지막 놀이를 끝으로 한동안 맥이 끊겼던 기접놀이는 97년 삼천동 계룡리를 중심으로 보존회가 창립되면서 그 맥을 잇게됐다. 10개가 넘는 마을이 참여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비아·정동·용산·함대 등 4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전북대표로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비아마을에서 마지막 논매기를 뜻하는 ‘만두레’를 재현, 두레풍장과 농기고사 등 농촌마을의 전통을 보여준 이들은 오후에는 삼천둔치로 판을 옮겨 네 마을의 농악과 용기놀이 경연을 펼쳤다.

 

“거, 배가 한 몫 하겠네.”

 

보통사람은 들고 서있기도 어려운 용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용기놀이는 기접놀이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 올해는 박세영(비아마을 대표) 신세호(전통예술원 모악) 김기곤(신성민국악사) 김형태씨(놀이패 우리마당) 순으로 순위가 결정났다.

 

각 마을 장정들이 나왔던 용기 이어달리기에는 예순이 넘은 할아버지가 나서 젊은이 없는 씁쓸한 농촌 현실이 드러났지만, 기를 부딪치며 서열을 가리는 용기싸움과 각 마을 농악이 어울려 풍년을 기원하는 합굿놀이는 우리가 잃어버린 건강한 농촌마을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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