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의 시문들 엮어...작품별 편자의 감상까지
나는 남원농고를 다니면서도 문학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4학년 때였던가. 이석훈(李石薰, 1907∼1950?) 편저 「문학감상독본」(백민문화사,1948,재판)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환희작약이었다. ‘특히 문학지망생을 위하여’란 부제까지 달려있지 않은가.
서문을 대신한 편자의 ‘문학감상서설’은 지금 읽어도 지언이요 명문이다. ‘문학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생활을 풍부히 하고 또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의 인생을 보다 가치있게 하려함이다.’ ‘감상함에 따라 자기자신의 창작의욕도 충동받게 된다.’ ‘좋은 글을 다독하고 그 글에 친숙하는 가운데 문장의 묘리도 체득하게 될 것이다.’
편자의 높은 안목으로 가려뽑은 동서고금의 시문들이 5부로 나뉘어 엮어져 있다. ①수필·기행편 ②소설·희곡편 ③시가편 ④평론편 ⑤고전편 등으로 작품마다에는 편자의 주석·감상도 곁들였다. 참고서의 구실까지 하여 준다.
편자는 1930년대 소설·희곡·수필가 였을 뿐 아니라, 신문·방송의 언론인이었다. 고향은 평북 정주(定州), 본관은 단양(丹陽), 아호는 금남(琴南), 6.25후의 행적은 가려있다.
나는 특히 이 책으로 하여 애송하였던, 정지용의 ‘고향’, 김광섭의 ‘비 개인 여름아침’, 워즈워드의 ‘무지개’, 투르게네프의 ‘개’를 지금도 때로 암송하고 있다.
‘비가 개인 날/맑은 하늘이 못속에 나려와서/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녹음이 종이가 되어/금붕어가 시를 쓴다.’ 김광섭(金珖燮)의 단시다.
최근에 이석훈 소설·희곡·수필 선집인 「이주민 열차·외」(범우사, 2005)를 갖게된 기쁨을 더하고 있다. 저자의 3남인 나의 외우(畏友) 이승우(李勝羽) 잡지출판기획인의 호의에 의한 것이다. 이 책은 「범우비평한국문학」시리즈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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