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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이재용 감독 '다세포 소녀' - 에로틱한 상상력...하면 안돼?

원색의 화려한 색감으로 꾸며진 한 고등학교 교실. 단정한 교복차림의 학생들 앞에 선 교사가 “오늘 영어선생님이 성병으로 조퇴를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대신 수업을 하게 됐습니다”라며 별일이 아니라는 듯 툭 말을 뱉는다.

 

이어 그는 한 여학생에게 “너도 조퇴하고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라고 친절하게 조언한다. 순간 교실 안은 술렁이기 시작하고 “저도요”“저도요”라며 단 두 학생을 제외하고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조퇴하겠다고 난리법석을 피운다.

 

이곳이 어디냐. 바로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성(性)을 즐기는 무(無)쓸모 고교. 영화 ‘다세포 소녀’(감독 이재용)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영화 ‘다세포 소녀’는 2003년 말부터 ‘B급 달궁’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서 활동해 온 만화가 채정택 씨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원작은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논리와 사회적 통념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과 이를 웃음과 유머로 풀어낸 만화적 재미로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영화는 만화의 비판의식과 재미를 그대로 따랐다.

 

무쓸모 고등학교는 회장소년(이용주)과 부회장소녀(남호정)가 사디즘(Sadism)과 마조히즘(Masochism)을 즐기는 SM커플로 타의 모범을 보이고, 사제가 사이좋게 성병으로 조퇴하는 문란한 교풍을 자랑하는 학교다. 그런데 전교생이 쿨하고 섹시한 이 학교에도 순정을 불태우며 교풍을 ‘어지럽히는’ 학생이 있었다.

 

바로 원조교제로 가족을 부양하는 효녀인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 이하 가난소녀). 그녀는 스위스에서 전학 온 ‘럭셔리 꽃미남’ 안소니(박진우)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그런데 이를 어찌 하나. 안소니는 학교의 대표적인 ‘왕따’인 외눈박이(이켠)의 아름다운 남동생 두눈박이(이은성)에게 첫눈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만 것.

 

한편, 조직폭력배 두목에게 빚 대신 몸을 주기로 하고 모텔로 찾아간 가난소녀는 그가 이성의 복장을 즐기는 크로스드레서(Cross Dresser)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왕칼언니(이원종)라고 부르며 친구가 된다. 이후 가난소녀는 무쓸모고 지하조직인 ‘에로틱 랠름교’에 끌려가 춤을 춘 것이 계기가 돼 ‘흔들녀’라는 이름으로 일약 인터넷 스타로 발돋움한다.

 

영화 ‘다세포 소녀’는 다양한 캐릭터를 즐기는 영화다. 너무 가난해서 가난소녀라 불리는 여학생, 사춘기 소녀의 환상인 부와 순정만화풍의 외모를 지닌 안소니와 테리(유건)& 우스(이민혁), 눈이 하나밖에 없어 왕따를 당하는 외눈박이와 여장을 즐기는 그의 남동생 두눈박이.

 

영화는 정형화되지 않은 이들 캐릭터를 통해 물질과 편견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요즘 세태를 풍자한다. 사회적 통념과 잣대로 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억압받고 매도돼선 안된다는 것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 교장의 몸에 침투한 이무기(김수미)에 의해 여학생들이 한결같은 모범생으로 변하자 남녀 학생들이 힘을 합해 이에 맞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뮤지컬 형식을 차용한 ‘다세포 소녀’는 노래방 화면을 보는 듯한 화면 구성과 가난소녀 엄마 역의 임예진, 왕칼언니 이원종, 1인 다역 선생님 이재용, 이무기 김수미 등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변신으로 한껏 재미를 더한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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