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3시 전북대병원 응급센터.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1년차 이환중씨(27)가 이제서야 한숨을 돌린다. 전날 저녁부터 환자들이 갑자기 몰렸다. 20대 전기기술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전깃줄을 연결하다 감전돼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응급조치가 끝나자 마자 교통사고 환자들이 여러명 찾았다. 이번에는 본드를 흡입한 20대다. 전해질보충액을 주사했더니 의식을 되찾았다. 그리고 횡설수설이다. 거의 같은 시간에 60대 간경화환자가 피를 토하며 들것에 실려 들어왔다. 최저혈압이 50㎜Hg로 떨어진 상태였다.
당직인 이씨가 덩달아 바빠졌다. 같은 과 정태오 교수(37)도 현장지휘에 여념이 없다. 간호사들도, 타과 인턴·레지던트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십개의 침대에 누운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뒤늦게 달려온 가족들은 근심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흡사 시장통을 방불케한다. 환자와 가족, 스탭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한데 얽힌다.
이씨는 "하루에 1∼2차례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위해 심폐소생술(CPR)에 나선다”면서 "CPR은 환자에게도 고통이지만 스탭들에게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한번은 1시간 넘게 CPR을 시행했어요. 인턴들과 교대로 나섰는데, 땀으로 범벅이 됐었죠. 다행히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더군요. 그때만큼 보람이 컸던 적도 없었습니다”
정교수는 "시기별, 계절별로 환자수가 달라지곤 한다”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이번 여름에는 유독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환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또 "연중 응급센터가 가장 바빠질 때는 환절기와 교통량이 크게 늘어나는 행락철”이라며 "혹한기와 혹서기때는 생각보다 적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큰소리가 들린다. 술에 취해 병원을 찾은 환자가 토해내는 푸념이다. 새벽시간이면 거의 빠지지않는 응급실의 익숙한 풍경이다.
환자들이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씨를 비롯한 스탭들은 잊었던 피로가 몰려온다. 잠깐 의자에 앉았다.
오전 7시. 동료 의사들이 하나씩 둘씩 모습을 보인다. 교대시간까지 3시간가량 남았지만 이 시간에는 출근을 해야 하루일정을 맞출 수 있다. 이씨는 동료들과 전날의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오전 10시 퇴근. 이씨는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은 가볍다.
'오늘도 무사히…' 응급센터 사람들이 새하얀 밤을 보낸 뒤 잊지않고 떠올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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