資本과 原始의 경계선, 이키토스(Iguitos)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동쪽으로 만년설이 쌓인 안데스 산맥을 넘어서 끝없는 정글 위를 1시간 30분 가량 날아가면 대양의 절해고도처럼 정글속에 홀연히 도시가 나타난다.
이키토스는 연결되는 도로가 全無하고 오직 비행기와 배로만 접근 가능한 밀림속의 孤島이다.
브라질의 대서양쪽 아마존강 입구로부터 10,000t급 배가 3,700Km까지(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8배가 넘는 거리) 항행해 들어올 수 있기에 페루의 대서양 연안항구로 불리워지며, 페루 아마존 유역개발의 핵심기지로 개발되었기에 인구가 37만명에 이르는 최대도시이고 인터넷 카페도 몇군데 있어 정글속에서 문명과 접할 수 있는 최전선 도시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도시에서 피라냐 낚시(모든 동물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는 물고기이지만 이 고기를 낚아 튀겨먹으면 더할 나위없이 맛이 좋다)도 즐기고,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동물들이 많은 동물원도 가보고(시설은 아주 안 좋지만), 악어고기로 만든 탕수육과 삶은 아마존 거북알(완전히 탁구공과 똑같았다) 음식도 즐겨보고, 개인들이 운영하는 사설동물원(움막집에 신기한 동물 10여마리씩이 있는 규모임)을 몇군데 둘러보며 즐겁게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가 보트를 렌트해 원시부족들이 산다는 밀림속을 가보기로 하여 마치 바다와 같은 느낌을 주는 아마존 본류에서 지류로 계속 들어가는 수시간의 항해끝에 어느 원시부족 마을에 닿았다.
그들은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냥 친절하게 대해줬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아래 치부만 수풀로 가린채 민속춤을 췄는데 내 느낌으로는 10대 소녀가 가슴을 노출하고 춤을 추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그런 느낌을 전하는 귓속말을 하니 가이드 말이 가관이다. ‘저 사람들, 석유모터로 충전하는 배터리로 가동되는 위성 TV로 전세계 소식 다 알고 있고, 평시에는 우리들과 같은 옷을 입고 TV를 보고 있다가 관광객이 온다고 위성핸드폰을 받으면 평상복을 벗고 원시복장으로 공연하러 나와요. 공연으로 돈을 벌어야 낚시 바늘도 사고 석유도 사고 생필품도 구입하니 유일 수입원인 공연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할 수 밖에요. 저 소녀도 알건 다 알아요.’
갑자기 씁쓰레한 생각이 들었다.
세파에 때묻지 않은 원시의 공기를 맛보고자 이 깊은 정글까지 왔건만 자본의 무서운 힘은 이 물길과 정글을 뚫고 원시부족의 한가운데까지 이미 침투해 있던 것이었다.
저들이 돌을 다듬어 공들여 만든 낚시 바늘이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내는 불도 시내에 나가 단순히 돈이라는 종이를 내밀면 쇠로 만든 바늘이나 석유로써 쉽게 취득할 수 있으니 왜 어려운 일을 하려 하겠는가?
문명을 상징하는 자본의 힘은 편의성이라는 유혹이 너무도 강력해서 이제 지구상의 어느 장애나 공간도 막을 수 없는 유령이 된것이다.
나는 그 부족들이 돈을 위해 춤을 추고 있는 그곳이 바로 자본과 원시의 경계선임을 절실히 느꼈다.
/박차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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