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의 자연(自然)은 역사(歷史)화된 자연이며, 석정의 역사는 자연화된 역사였다.’
대표적인 ‘목가시인’ ‘전원시인’으로 꼽히는 석정은 사회성 짙은 ‘참여시인’이었으며, ‘저항시인’이었다. 사회참여시의 대부분이 “목소리만 높았지 속은 비었다”는 평가를 받을때 석정의 것만은 예외로 쳤다. 그의 참여시는 민족적 위기를 문학의 핵심으로 삼았으며, 민족문학사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23일 오후 전주 우석빌딩 전북일보사 회의실에서 열린 ‘2006 석정문학제-문학특강 및 대표시 가곡감상’. 석정의 시 세계를 돌아보는 이 행사에서 특강에 나선 신경림시인은 “석정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시작(詩作)을 한 영향인지, 초창기 목가시인·전원시인으로 불렸지만 그의 시에는 전통적인 동양적 농촌의 이미지가 담긴 것이 아니라 서구적인 이상향의 농촌을 그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목가·전원시인으로 가둬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번째 시집 「빙하(氷河)」이후로 보여지는 것들은 특히 민족의 현실을 극명하게 그리고 있다”며 “이후로 사회성이 석정 시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임명진 전북대교수도 “석정시인은 다섯권의 시집에서 모두 자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 시각이 목가적인 자연에서 현실비판적인 자연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임교수는 “석정의 자연은 민족의 역사공간으로서의 자연이었으며, 따라서 자연의 현상이 곧 역사의 현상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은 네번째 시집 「산(山)의 서곡(序曲)」에서 집중적으로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시인이 애호하는 자연을 통해 민족·이웃을 관찰하고, 이러한 관찰이 문학적 인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정문학제전위원회(위원장 허소라)가 마련한 석정문학제에는 시인을 기리는 문학인과 지역인사, 유족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춘진 국회의원은 “고교시절, 라일락향기가 그윽한 시인의 집에 놀러다닌 기억이 생생하다”며 시인의 생전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정희성 민족작가회의 이사장은 “고향이 있는 문학을 한 석정시인은 행복한 문인이었다”며 “시 ‘꽃덤불’을 통해 시인의 이미지가 새록새록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석정의 대표시 및 추모시 가곡 감상은 지역 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임께서 부르시면’ 등 석정의 시 9편과 김남곤 허소라 정양시인의 추모시가 가곡으로 만들어졌는데, 공숙자 수필가의 사회로 이동희 김은숙 박정애 조미애 선산곡 전선자시인이 노래지도를 했다.
참석자들은 24일 석정의 문학적 고향인 청구원 등 부안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유족들은 해마다 거르지 않고 석정문학제를 열고 있는 제전위원회와 전북의 문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참석자 명단=
김춘진(국회의원) 전희재(전북도 행정부지사) 정희성(민족작가회의 이사장) 김종철(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김종량(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본부 사무처장) 조숙희(전 남원교육장) 이치백(전북향토문화연구회장) 이기반(시인) 김남곤(시인, 전북일보 전무이사) 서재균(아동문학가) 이병훈(시인) 최형(시인) 박성숙(수필가) 이기화(시인) 등 (70세 이상 원로 작가와 일반 인사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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