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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창(窓)

완주 출신 '민주 청년' 유진오...21편 시로 '민중의 소리' 전해

유진오(兪鎭五, 1922-1950)의 시집 「창」(정음사, 1948)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그러나 이 시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오직 해방공간에서 ‘진정한 민중의 소리를 전하는 사람’ ‘인민을 위한 전사(戰士)가 되겠다’는 격정의 젊은 시인이라는 것만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조운(曺雲)은 이 시집의 서문에서 유진오를 ‘기백과 정열의 시인, 시의 육탄이라는 민주청년’ ‘명예스러운 인민의 계관시인’으로 일컬었다. 이 시인이 바로 완주군 고산면 읍내리 출신으로 1950년 6·25 발발과 함께 무기형의 옥살이를 하다가 전주형무소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해전의 일이다. 김용직(金容稷)의 「한국 현대경향시의 형성」(국학자료원, 2002)을 통해서 였다.

 

「창」은 당시의 조선종이에 인쇄한 46판 양장, 95면. 박문원(朴文遠) 장정으로 되어 있다. 수록 작품은 21편이다. 시편들은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선동적이요 선정적으로 바로 밀어붙인다. 꽤 긴시에 속한 표제의 시 「창」의 몇몇 시행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성(城)을 사이에 터를 갈라/창들과 창들은/어제도 오늘도 바라만 보고 있다’ ‘도적이 두려워/어둠이 무서운 아름다운 창들엔/권력과 함께/부유한 도적이 살지 않느냐’ ‘아아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강도와 부자에겐/철창(鐵窓)을 주라.’

 

유진오는 자작시의 낭독에도 능했다고 한다. 「창」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으나, 1946년 ‘누구를 위한 벅차는 우리의 젊음이냐’를 낭독, ‘미군정 포고령위반죄’로 9개월의 옥살이를 한 바도 있다.

 

꼭 60년전의 일이다. 저때 내 나이는 열 여섯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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