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순 이라크의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부대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6개월마다 시행되는 병력교체용 전용항공기에 편승한 짧은 여행이었지만 단순한 주마간산이상의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일정이었다.
비록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 단계라하지만 아직도 심심찮게 저항세력의 공격과 테러가 자행되는 곳이어서 서울공항에서의 출발부터 C-130군용수송기가 아르빌공항을 무사히 이륙해 이라크 영공을 벗어날 때까지 시종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이미 한국은 초가을 내음이 살풋 풍기는 날씨였지만 이라크 현지는 아직도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5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도착 첫날, 자이툰부대의 민사작전(v ??Civil Affairs Operation)활동을 담은 홍보영상물을 시청했다. 2,800여 자이툰부대원들이 학교를 세워 쿠르드문자와 태권도를 가르쳐주고(놀랍게도 쿠르드족의 문맹율은 무려 70%를 웃돈다), 무료진료를 해주는 가하면 제빵, 중장비운전, 자동차정비 등 직업훈련을 무료로 시켜주는 활동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이미 지난달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알려져 네티즌들의 감동을 자아냈던 바로 그 동영상물이었다. 30여분의 상영이 끝나자 방문단 모두가 가슴이 찡할 정도로 내용이 알찼다. 특히 미국 등 28개국이 참가중인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부에서 지난 7월 열린 사령부 전체회의에서 바로 이 동영상물이 상영돼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는 부연설명에는 감회가 남달랐다. 현지 정훈참모는 “이라크군 대표가 ‘바로 저것이 이라크 국민이 그토록 원했던 모습’이라며 눈물을 글썽였고 다른 나라의 지휘관들도 ‘자이툰 같은 활동(Zaytun-like Operation)’을 해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필자는 이번 방문기간 중 여러 파병국가 중 왜 유난히 자이툰부대의 활동이 현지에서 가장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는지를 곰곰 생각해봤다. 현지 민사작전장교는 “자이툰 부대의 성공 비결은 과거 한국전쟁 이후 우리가 겪었던 군사원조 시기의 아픈 경험과 동티모르에서의 민사작전 교훈을 잘 적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가장 주목되는 점은 '존중과 배려'라는 민사작전의 모토였다. 우리 병사들은 비록 종교와 피부색이 다르고 아직도 저급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 장병들은 현지인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고 그들의 어려운 형편을 마음깊이 ‘배려’하는 자세를 최우선시했던 것이다.
그렇다. 존중과 배려,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왜 해외에선 이렇게 멋진 활동을 하는 우리민족이 국내에선 사사건건 갈갈이 찢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왜 우리끼린 ‘존중과 배려’를 하지 않는지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제발 우리끼리도 이념과 지역, 세대와 성별을 떠나서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았으면....
/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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