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에 빠진 재래시장을 깨우자는 소리가 크다. 행정차원의 지원과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재래시장 어디서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공동상품권이 등장했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재래시장 이용 캠페인도 활발하다.
사회 전반의 ‘동정’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타고 재래시장 상인들은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 속에 추석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28일 찾은 전주중앙시장과 전주남부시장은 상당히 활기에 차 있었다.
재래시장의 맛은 ‘없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만물이 모여있다는 점. 많은 종류의 물건들이 집적해 있다는 대형마트도 재래시장을 결코 따를 수 없는 게 품목의 다양성이다. 전주 중앙시장에는 400여개 점포가 들어서 의류 생선 떡 채소들을 판매하고 있고, 가게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각기 다른 거래처에서 물건을 가져온다. 다양한 품목을 갖출 수 있을 뿐아니라, 같은 품목이라도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진열될 수 있는 이유다. 반찬가게 하나만 하더라도 김치종류만 십수 가지에 여러 국물까지 취급하는 집도 여럿이다.
재래시장의 또다른 맛은 흥정에 있다. 가게 주인과 나이든 손님들간에 1천원, 한 줌 물건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생선가게 주인은 오징어 3마리를 1만원에 내놓았고, 할머니는 한마리 더 달라고 ‘떼’를 쓰는 모습이 정겹다. 주인은 “많이 주는 게 꼭 좋은 것이 아닌데. 싼게 비지떡이란 말도 있잖아요”하면서도 결국 손님 뜻에 따른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곳은 떡집이다. 제수용품인 생선이나 과일, 반찬 가게 등을 찾는 손님은 평소 수준을 다소 웃돌 정도다. 전주교 입구에 자리잡은 하나 떡집에는 추석 송편 1kg에 6000원이 내걸렸고, 공장 안에서도 여러 사람이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해부터 냉동 송편을 취급했는 데 손님들 반응이 참 좋아요. 냉동 송편의 맛도 괜찮고 추석 직전에 많이 붐벼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죠.”
40대 후반의 가게 주인은 팔까지 다쳤지만 밀려드는 주문에 추석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추석을 겨냥해 잔뜩 들여온 과일과 생선들이 나가지 않아 전반적으로 울상인 집이 많았다. 한 생선가게 할머니는 6일째 거의 팔지 못했으며, 이날도 오후 2시 현재 마수걸이도 못했다고 한숨을 지었다. 재래시장 공동상품권을 취급하고 있지만, 지금껏 단 한 장 들어오지 않았단다.
추석 대목을 기대하기는 재래시장 상인 모두 같은 마음이지만, 시장내에서도 가게간 품목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재래시장 단골 손님과 매니아들이 있어 시장 상인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음식점(양반가)을 운영하는 노은성 사장(여)은 시장 매니아다. 매일 시장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이날도 건어물 야채 생선 과일들을 짐수레에 가득 실었다.
그는 시장 물건이 물건이 좋고 싱싱하며 싸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획일화된 대형마트와 비교할 바 아니란다. 산지에서 직접 가져오는 게 황태 홍어 등 몇몇 생선 종류를 제외하고, 그가 젖갈에서부처 채소 등 모든 식자재를 시장에서 조달하는 이유다. 시장에서 구입하는 채소류와 생선류만 각각 3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 잘 보는 노하우를 묻자, 자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건을 보는 안목이 생긴단다. 싼 물건을 찾지만, 발품을 많이 팔다보면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노하우도 쌓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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