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람들, 제대로 임자 만났다.
오랜만에 유쾌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진다. 문화생활과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이 작품에서 더 큰 재미와 더 큰 감동을 찾을 수 있다.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조민철)이 21일 오후 7시, 22일 오후 4시·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71회 정기공연 ‘이화만발’(梨花滿發)을 올린다.
‘이화만발’은 배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살아온 새터마을 주민들이 정부의 ‘중국 대 이주 프로젝트’에 따라 중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이야기. 상임연출 조민철씨는 “완주군 이서면에서 배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정부정책에 의해 중국에서 수확을 하고 판로가 막혀 국제미아가 됐다는 짤막한 기사에서 시작됐다”며 “이는 지역을 확장하면 전북까지 해당되는 문제고, 또 지역 현대사 속에 묻혀진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 재배 농민 뿐만 아니라 정책에 대해 책임감 없는 정부, 농촌총각의 결혼문제, 혁신도시 바람 등 한번쯤 전북권 뉴스를 달궜던 사건들을 오밀조밀하게 엮어낸 작가는 올해로 스물일곱살인 최정씨다.
다섯차례 수정을 거친 대본은 빚에 쫓기는 조선족 여인과의 사랑이 상투적이고 주인공들의 죽음으로 감정을 자극하려는 설정이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하고 많은 인생 중에 왜 하필 농사꾼이 되었을꼬” “나오는 건 한숨, 남는 것 빚 뿐이다” 등 뼈있는 대사를 집어넣는 솜씨가 있다.
무엇보다 ‘이화만발’이 매력적인 이유는 연출과 배우들의 힘 때문.
아옹다옹 ‘송대관 태진아 커플’을 보는 듯한 ‘유봉달’(최균) ‘나억만’(김영주) 커플, 동네마다 한 명씩은 있는 지능이 부족한 ‘고봉’(안대원), 간사하지만 극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장 처’(정경림) 등은 새터마을 주민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끼가 넘치는 배우들 덕분에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극의 중심은 연출이 잡는다.
17일 시연회를 통해 공개된 ‘이화만발’은 전문가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다. 예술성과 대중성. 현실에서는 대중성이 더 환영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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