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직장여성의 패션계 분투기
썩 볼 만한 성장영화다. 미국에서 기대 이상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둘 만큼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영화다.
로렌 와이스버거의 동명소설은 2003년 출간 이후 27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국내서도 올해 5월 출간되자마자 소설 부문 1위 자리를 한동안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히트했다.
이 영화의 흥행은 각본, 감독, 배우의 절묘한 조합에 있다. 원작을 잘 다듬은 각색은 기초공사를 다졌다. '섹스 앤 더 시티'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은 TV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영상어법과 시청층 공략에 성공했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은 촘촘하면서도 스타일이 넘치는 영상을 만들어냈다. 과감한 편집과 영상에 어우러진 음악의 묘미는 패션을 소재로 한 영화에 딱 들어맞으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록 있는 메릴 스트립과 풋풋한 앤 해서웨이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메릴 스트립은 그 무서운 '런어웨이' 편집장 미란다를 다면적인 여자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메릴 스트립의 출중한 캐릭터 소화를 통해 자칫 앤드리아의 고군분투가 될 수 있었던 영화는 무게 중심을 확실히 잡아냈다.
사회 초년병이 직장에 적응해 가는 과정은 '런어웨이' 편집장의 비서만큼은 아니더라도 낯설고 고달프다. 패션은 '베르사체'조차 모를 만큼 문외한인 시골 모범생앤드리아가 이를 악물고 직장에서 버텨 나가는 과정도 너무나 현실적이며, 패션계의절대지존으로 군림하며 직장 후배를 하인 부리듯 하는 미란다의 모습 역시 결코 낯설지 않다.
앤드리아가 조직의 단맛, 쓴맛을 알아가는 한편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는 해피딩. 그러나 이 해피엔딩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가치관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어서 영화를 보는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결국 개인의 몫이다. 다만 마지막 반전이 너무나 급작스러워 그 상황을 음미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흠.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잘 빠진' 영화임은 분명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