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문화재단 초대전 희상스님전 15일까지
스님들의 고무신은 수행의 흔적이다. 깨달음을 향한 움직임이 그대로 기록된 사물이기도 하다. 고무신이 다닌 길은 제각각일테지만 그들이 궁극적으로 이르고자 한 길은 하나이다. 진리는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다.
희상스님이 고무신을 설치작업의 테마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법귀일(萬法歸一)’. 그 역시 추구하는 이상향이다.
스님이 고무신 작업을 시작한 것은 5년전 독일에서다. ‘댓돌위에 놓인 흰 고무신’사진에서 수행의 한 방법을 깨우쳤다. ‘조고각하(照顧脚下:발 밑을 살펴라)’. 도반스님들에 편지를 보내 헌고무신을 1000켤레를 받았다. 스님은 고무신을 석고로 떠 1년동안 금강경을 사경(寫經)했다. 또 고무신에 씨앗을 뿌려 생명도 트웠다. 그 작품들을 이번 전주전시에서도 선보인다.
스님은 고무신작업이 불교미술의 영역을 확장해 놓는다고 생각한다. 헌 고무신을 정성껏 닦아 보내준 도반스님들의 기꺼운 동참에서부터 미술작업은 시작됐다. 굳이 탱화나 달마도가 아니더라도 수행의 가르침을, 진리의 깨달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동안 해온 작업들로 증명이 됐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기운’도 스님 작업의 화두다. 고무신 안의 새싹도 그렇지만 그의 그림들도 생기(生氣)를 전하고자 한다. 스님들의 수행자체가 살아있는 기운을 전파하는 것이니, 그도 미술작업으로 생기를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의 그림은 황토에 색을 바른후, 이를 다시 긁거나 파내고 다시 색을 얹었다. 색감이 일반적인 한국화와는 다르다. 그림위에 사경도 했다. 자연의 사물들이 어우러지는 그림 역시 ‘하나로 돌아가기’를 추구한다.
“제 작업들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편안함을 전하길 원합니다. 또 모든 진리는 하나라는 것도 깨우치길 바랍니다.”
희상스님의 전주전시는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초대전으로 마련됐다. 15일까지 우진문화공간 전시실. 덕분에 오랫만에 고향 나들이를 하게됐다. 동국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고, 독일 브레멘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동국대 미술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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