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란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마음과 만나지 않으면 언어는 없는 것입니다. 언어의 체험으로부터 인간이 되었고, 타인의 마음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것도 언어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겨레말큰사전」편찬을 위한 전주토론회 참석차 3일 전주를 찾은 고은(74)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은 언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겨레말은 겨레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겨레 전체의 쌀이자 물입니다. 겨레말이 없으면 겨레는 죽습니다. 그러나 겨레말에 위기가 왔습니다. 그동안에도 겨레말은 수차례 변화를 겪었지만 현재 당면한 상황은 이전의 것들과는 견줄수 없는 변화입니다. 이전까지 써온 겨레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말을 붙잡아야 합니다. 그것을 살려야합니다. 겨레말큰사전편찬은 바로 겨레말을 살리기 위한 작업입니다.”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그가 그동안 보여준 신념과 무관치 않다. “나에 대해 얘기할때 ‘민족’ ‘통일’을 함께 거론하는데, 이 부분에 큰 오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영혼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역사문제에, 민족의 운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오늘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우리 민족의 운명이 이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역사는 발전하기 마련이니까요. 김구선생이 말씀하신 ‘한없이 높은 문화’에 대한 절절한 향수는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완성된 역사, 하나의 조국은 반드시 만들어질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민족의 문제에서 해방돼 자유한 개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민족의 문제에 내 목을 내놓겠습니다.”
고은 시인은 자신은 하나되는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러한 가치를 후배들에게는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전의 조상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훈계하지 않았듯이 나도 우리의 가치를 후세대에 요구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의 탈민족화와 개인주의를 문제삼기도 하는데 나는 그들은 그 시대의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조들의 활동은 후세대들이 보다 잘 살게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그들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노벨문학상이 내 이마에 붙은 기호처럼 됐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유난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노벨상을 갈망하면서도 문학상을 탈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환경부터 만들면서 노벨상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고은 시인은 토론회를 마친후 사전편찬위원들과 한옥마을 팸투어를 가졌다. 가람선생 생전에 술 받으러 다녔다는 양사재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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