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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으로 살다가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고희맞은 이운룡시인

열한번째 시집, 열번째 평론집 엮어

“나는 책 한권 분량의 글이 모아지면 일단 책으로 엮어낸다. 그래야만 무겁고 칙칙했던 마음이 가볍고 개운해진다. 따라서 책을 내고 나면 다시 힘을 얻어 다른 글을 쓸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올해 고희를 맞은 이운룡시인. 그는 책 엮는 작업을 스물한번 반복했다. 스스로 ‘다작(多作)’도 ‘과작(寡作)’도 아니라고 했지만 이만하면 그는 다작시인이고 과작시인이다. 그의 왕성한 필력이 이를 증명한다.

 

시인은 지난 여름 열한번째 시집 「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를 내놓았고, 채 3개월도 안돼 또 한권의 책을 들고 나타났다. 평론집 「시와 역사현실의 명암」(신아출판사)이다. 사실, 평론집은 2001년부터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국내외 문학심포지엄과 세미나에서 발표한 주제문과 시평 등이 중심이고, 자전적 서사문도 실렸다. 고희를 맞아 그의 인생과 문단이력을 정리한 것이다. 시인의 인생여정을 훔쳐볼 수 있는 글을 부록으로 얻은 셈이다.

 

시인이 시(詩)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때다. 학급문집에 글을 올리며 문학의 싹을 키웠다. 그러나 시인의 꿈은 제트기조종사였다가 양돈기업인으로 바뀌고 있었다.

 

전주공업고등학교시절에는 문학동아리를 결성해 시작활동에 열을 내기도 했다. 문학청년의 꿈은 신석정 이철균선생을 만나면서 깊어졌다.

 

시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한 것은 전북대 재학시절, 김현승시인의 지도를 받으면서였다. 문단 등단의 길을 열어준 것도 바로 선생이다. 대학시절 맺은 인연은 그에게 문학활동의 지표가 됐다. 그가 열린시창작회를 만들고, 18년째 시를 지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시창작활동의 지적토대를 김현승시인의 가르침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창작지도가 평론활동에 족쇄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본격적인 비평활동을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전북은 문인의 절반이 시인일 정도로 시인이 많습니다. 인연들이 많아 시집 평설을 많이 썼지요. 본격적인 평론이 힘들었던 이유입니다.”

 

대신 시작활동에는 유감이 없다고 소회한다. “능력의 한계라면 한계랄까, 시작활동에는 장애가 없었지요.” 둑방터지듯 봇물처럼 쏟아지는 영감을 열한권의 시집에 담아왔다.

 

초창기 시는 자연서정을 주조로 했지만,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현실에 대한 저항과 고발 등 사회참여적 작품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근저에는 존재미에 천착하는 서정적 본질시에 천착하고 있다. “「산새의…」에 가장 정성을 기울였지요. 열댓번 수정해 내놓았으니까요. 완숙된 시라고 내세울 수 있어요. ”

 

시인의 후학과 후배들이 선배의 문단 42년을 기념해 뜻깊은 자리를 준비했다. 전북문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열린시창작회원들이 마련한 ‘이운룡 문학 42년기념 문학축전’이 11일 오후 5시 전주웨딩캐슬에서 열린다.

 

"세월은 쉬이 까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입니다. 죽기전까지 청춘으로 살다가 죽은 다음에야 늙고 싶습니다." 시인은 그의 바람처럼 지금도 청춘이다.

 

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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