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것’만 되면 행복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정작 ‘이것’이 이뤄졌을 때는 “그런데, 아니잖아”란 말을 하게 된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면, 오랫동안 벼르고 별러왔던 새 자동차를 사면, 짝사랑했던 그 사람과 결혼에 골인하면, 목표했던 직장에 합격하면,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면 생각만큼 행복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김영사)에 따르면, 그 이유는 우리의 상상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새 자동차를 사면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그 속에는 차 관리 비용, 퇴근길의 주차전쟁 등이 빠져있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대학에 떨어지거나,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시련 속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을 쓴 하버드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우리에게는 ‘심리면역체계’가 있어서 그런 일을 당하는 순간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고 말한다.
또한 행복을 지상 최대 목표로 삼고 행복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궁극적으로 행복해지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발달시킨 ‘정서적 면역시스템’ 때문이다. 어두운 극장에서 갑자기 밖으로 나오면 눈이 부시다가도 차차 적응해 가듯, 우리가 지닌 신체 적응 메커니즘도 새로운 상황에 놓이면 시간을 두고 뇌 스스로 그 상황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삶은 이렇듯 무엇에든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무엇엔가 적응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의 행복에 대해 예측할 때는 더욱 그렇다.
요즘 ‘행복’에 관한 책들이 많다. 그러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여느 책들과는 다르다. 심리학 교수가 되기 전 공상과학 소설가였던 만큼, 길버트 교수는 딱딱하거나 무겁지 않은 유쾌한 필치로 ‘행복의 지도’를 다시 그려준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행복한 이유, 위태롭게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건넌 후 만나는 여성보다 건너는 동안 만나는 여성에게 더 강한 성적 매력을 느끼는 이유도 이 책 속에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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