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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예술펼친 친구...동백꽃 같이 살아갔죠" 최명희문학관서 특별강연 이금림씨

“8년전에는 날이 무척 추웠었는데, 오늘 제법 포근하네요. 오전에 산소에 들렸습니다. 자주 오고 싶고, 또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묘소앞에 동백나무가 서 있더군요. 친구가 참 좋아하던 꽃입니다.”

 

지난 11일이 소설가 최명희의 기일이었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기일 즈음해 최명희선생의 둘도 없는 친구인 드라마작가 이금림(58)씨를 초청해 특별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글을 가지고 노동하는 사람이지만 친구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그이의 문학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고…, 가장 가까웠던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이야기도중 이씨는 여러차례 감정을 추스렸다. 친구의 모습이 생생한 듯 했다. “전주사범 병설중학교 문예반에서 친구를 처음 만났습니다. 활달하고 명랑하고 에너지가 넘쳤지요. 또 글솜씨가 빼어났습니다. 선생님께서 잘 쓴 글이라고 국어시간마다 읽어줬습니다.”

 

그는 친구의 목소리가 무척 아름다웠다고 얘기했다. 드라마를 써 학교방송을 했는데 점심시간때면 최명희의 방송을 듣기 위해 전교생이 조용해질 정도였다고 했다.

 

“아버지의 부재가 명희를 성숙하게 한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기억으로는 그 시절이 친구가 가장 어른스러웠던 시기입니다. 대학졸업후 서울에서 함께 교사생활을 했는데, 제가 부추겨 학교를 그만두도록 했습니다. 소설을 써야 한다고 채근했지요.”

 

이씨는 동아일보의 2000만원 고료 장편공모에 작품을 내라고 친구를 부추겼다고 했다. 매일 전화로 채근하며 최명희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자고 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형님같은 친구’라고 부른 이유도 잔소리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혼불」이다.

 

“탄탄대로를 갈 줄 알았어요. 그러나 17년동안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날보다 쓰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지요. 친구는 혼불의 인물들과 완벽한 교감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최명희는 사물 하나하나 허투루 지나침이 없는 엄청난 상상력과 사고력을 지닌 예술가였다. 갖가지 사물에 담긴 이야기를 영롱한 색채의 언어로 빚어내는 재주를 가졌다고 했다. 「혼불」에 사설이 길다는 지적도 최명희의 이러한 감성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동백꽃을 무척좋아했습니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통채로 져버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친구의 삶도 동백꽃 같은 삶이 되어버렸네요.”

 

이씨는 최명희의 수상집이 있었다면 그의 문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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