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또 공공미술 작업을 하며 작품 스타일이 변했다.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조각가 박진희(38,숨조형연구소 대표)씨. 5년여만에 갖는 그의 개인전은 판화가 유대수씨의 표현처럼 ‘훈풍’이 느껴진다.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병원 순회전을 열고 있다. 전주마음사랑병원(5∼8일)에 이어 이달말(30일)까지 전주푸른안과 문화공간 푸른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는 작가를 숨쉬게 하는 것과 관객들을 숨쉬게 하는 것으로 꾸려지고 있다. 이미 조형된 작가의 작품과 현장에서 완성되는 관객의 작품이 소통하고 있다. “이번 작업을 하며 삶의 희망을 생각했습니다. 그 희망을 환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병원을 찾아 전시를 엽니다.” 마음사랑병원에서는 로비에 전시장을 꾸몄다. 관객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관객들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에 판을 열었다. 목조각에 병원의 환자들은 자신들을 숨쉬게 하는 것을 써주었다. 대부분이 가족이고, 사랑, 일이었다. 그렇다면 작가를 숨쉬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박씨 역시 가족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도 생명을 읽는다. 발 아래 풀, 밤하늘의 별도 그를 숨쉬게 하는 것들이다. “도립미술관의 독도전 준비를 위해 울릉도에 갔을때예요. 16명의 주민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자신을 숨쉬게 하는 것들로 가족을 꼽더군요. 한 아주머니는 돈을 얘기했지만요.”
전시를 준비하며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 역시 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별이 내리는 풍경, 딸이 만든 종이배, 어머니의 소박한 꽃신,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무들…. 딱히 제 존재를 뽐내지 않지만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의미있는 작은 것들에게서 생명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나무조각만을 선보인다. 기계를 대지 않고 칼과 망치로만 작업했다. 조각도로 붓칠의 결을 살려내는 등 섬세한 작업을 했다.
그에게 산소가 되고 있는 딸 윤민이와 아들 관욱, 그리고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남편 이중규씨도 작품속에 들어앉았다.
앞으로 계속 병원을 돌며 ‘숨·을·쉬·다’를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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