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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에게, 그가 세상에게...영원한 문학청년의 책선물

최승범 명예교수 수필집 '꽃 여인 그리고 세월'·'벼슬길의 푸르고...'펴내

고하문예관에서 고서를 펼쳐 읽고 있는 최승범 명예교수.../이강민기자 이강민([email protected])

최승범(76) 전북대 명예교수. 그는 청년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창작실인 고하문예관에 나와 글을 쓴다. 글쓰기 지도와 책 「전북문학」을 엮는 것도 일과다. 문우들과의 서신교환은 더없이 행복한 소일이다. 그의 바지런함과 성실함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늘 한결같은 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는 최교수는 문단의 소나무와 같은 존재다.

 

그가 수필집 두 권을 잇따라 묶었다. 한 권은 세상이 그에게 준 선물이고, 또 한 권은 그가 세상에 건네는 선물이다. 희수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일 수 밖에 없다.

 

열아홉번째 수필집인 「꽃 여인 그리고 세월」(지식더미)에 대해 최교수는 “아름다운 우정의 선물”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식더미 장현규 주간이 책을 한권 만들어주겠다고 했지요. 글을 고르고 편집하고 책 제목을 붙인 것도 모두 장주간입니다. 장정부터가 매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까. 참으로 고운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수필집에는 옛 선조들이 가까이 했던, 군자의 품성을 닮은 꽃과 삶의 지혜를 안고 사는 여인, 그리고 지금은 사라져가는 세시절풍습이 담겼다. 특히 꽃과 세월이야기는 한동안 서예 월간지 「까마」에 연재했던 글들이다. “「까마」연재 당시 김진악 배재대 명예교수가 큰 힘을 주었습니다. 글이 연재될때마다 서신을 보내왔고, 그 관심과 격려로 연재를 마칠수 있었지요.” 이 책이 그에게 우정의 선물이 되는 까닭이다.

 

김교수는 이 수필집에 평설을 얹는 우정을 더했다. 김교수는 그의 글에 대해 “백제 토기처럼 투박한 듯 하나 조선 백자처럼 깔끔하며, 아늑한 즐거움을 준다”고 했다. 윤재천 한국수필학회회장은 “그는 짙은 향토애와 풍류를 바탕으로 동양적 멋과 맛이 서린 자기세계를 구축하는 작가이며, 단단한 시심을 지닌 시인”이라고 표현했다. 최교수는 장정이 곱다고 했지만 그 안에 담긴 글은 더 운치가 있다.

 

또 한권의 책은 조선시대 호남도의 감사 41인의 삶을 정리한 「벼슬길의 푸르고 맑은 바람이여」(시간의 물레)다. 혼탁한 세상살이에서 자신의 일상을 살필만한 거울 같은 책이다.

 

최교수는 “푸르고 맑은 바람과 같은 삶을 산 감사 41인을 추려 그들의 삶을 여러 문헌을 통해 살펴봤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청렴 결백한 몸가짐으로 맡은바 구실을 다하고, 풍류도 즐겼다”고 했다. “그 삶이 존경스럽고 부럽기까지 해 나부터 반신(反身)하고 싶어 책으로 엮었다”고 밝혔다.

 

조선태종(1405)때 전라감사로 부임한 유관(柳寬)으로부터 ‘생사당(生祠堂)’으로 기림을 받은 손중돈(孫仲暾, 중종 17년,1522), ‘금을 돌처럼 여기라’는 교훈을 남긴 이약동(李約東, 성종 17년, 1486), 속담 ‘모재밥상’의 주인공인 김안국(金安國, 중종 14년, 1519), 익산출신의 자랑스러운 전북인 소세양(蘇世讓, 중종 22년, 1527), 풍류와 충군의 시인감사 정철(鄭澈, 선조 14년, 1581), 탕평책을 주장한 조현명(趙顯命, 영조9년, 1733) 등이 소개됐다. 이들 선정은 ‘청백리선생안(淸白吏先生案)’을 참고했다고 밝혀뒀다.

 

이미 글쓰기의 경지에 올랐을 법한 노 시인이 책 서문에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글쓰기는 오늘도 매미의 다섯가지 덕을 생각한다. 육운(陸運)이 말한 선오덕(蟬五德) 곧,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의 다섯가지 덕이다. 이 바람은 50년 세월이었어도 요원하기만 하다. 남은 세월에도 정진할 수 밖에 없다.” 겸양한 자세를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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