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라고 하면 골동품과 같은 개념이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거나 예술적으로 미적인 수준이 있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고려청자나 신라금관을 떠올리기 십상이며, 특히 TV에서 몇 년 동안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그런 경향이 보다 일반화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일반적인 생각이 그리 크게 틀린 것도 아니며 문화재에는 TV 진품명품에 등장하는 유물들이 포함될 수 있다. 또 문화재라는 용어 자체도 ‘문화’라는 용어에 ‘재물’이나 ‘재화’라는 의미가 덧붙여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화재 중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관점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별로 가치가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장수 침곡리 유적에서 출토된 구석기시대 돌날을 들 수 있다. 얼핏 우리 지역의 들이나 산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크기도 별로 크지 않은 이 돌날은 장수 지역만이 아니라 전북지방에 후기 구석기시대에 사람이 살고 있었음을 그 자체로서 증명해주는 것이다.
또 돌날을 만든 재료인 유문암은 침곡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점에서 이 유문암이 있는 지역과 교역이나 교류를 하였거나 침곡리 유적에 이 돌날을 남긴 사람들의 활동영역이 유문암의 산지를 포함하는 것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석기는 상당히 중요한 학술적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박물관이나 극히 제한적인 사람을 제외하고 이 석기에 경제적인 가치를 부여하거나 특별히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 달리 구석기시대 연구자들은 이 석기를 보면서 멋이 있다거나 예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문화재라고 하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져야 하겠지만, 침곡리 석기처럼 평가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따라서 또는 평가의 기준에 따라서 그 평가가 반드시 객관적이거나 보편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또 문화재가 지니고 있는 본디의 의미와 가치가 폄하되거나 과장될 수도 있고 평가의 기준도 평가집단만이 아니라 시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아무리 객관적이라고 하더라도 평가에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법이지만 가능한한 가치 중립적으로 우리 지역의 문화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 윤덕향 전북대 교수는
문화재청 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와 전북대 박물관장, 호남고고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전라북도 문화재위원,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장, 호남문화재연구원장 등을 맡고있다.
‘윤덕향 교수의 재밌는 문화재’는 문화재의 개념과 종류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유형과 매장 문화재 중심으로 글을 엮어갈 예정이다. 국보 10호인 백장암 석탑과 보물인 풍남문, 고창 고인돌 유적, 부안 죽막동 유적, 정읍 은선리 고분군, 전주 삼천동 곰솔 등 우리 지역의 귀한 문화재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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