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문화영토 판 가족연극 오픈 리허설...디지털카메라 동호회원들 촬영작품 장식
“공연 내내 나이트에 온 줄 알았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온 것 같습니다.”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는 공연장. 30여대의 카메라가 배우의 동선을 따라 숨가쁘게 움직인다.
배우 코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여기저기서 플래시를 터뜨리는 낯선 풍경. 10일 저녁 소극장 판에서 열린 극단 문화영토 판의 2007 가족연극시리즈 ‘집’의 오픈 리허설 현장이다.
판이 리허설을 오픈한 것은 이번이 처음. 소극장 공연에서 민감한 배우들은 관객들의 작은 숨소리 하나가 거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잘 훈련된 배우들은 2시간여 동안 꿋꿋하게 연기에 몰입하는 데 성공했다.
13일부터 29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열리는 ‘집’은 공연과 사진의 만남이다.
이날 오픈 리허설에 참여한 이들은 지역 디지털카메라 동호회인 로커클럽과 JB디카 회원들. 소극장 벽면을 자신들의 작품으로 채운 이들은 “공연 사진을 찍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정진권 소극장 판 대표는 “공연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른 장르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02년 국립극단에 의해 처음 올려진 ‘집’은 연극연출가로 주목받고 있는 박근형씨의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백민기 극단 문화영토 판 대표는 “가족연극시리즈인 ‘행복한 가족’(2005)과 ‘가족’(2006)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다음 작품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국립극단과 작가로부터 어렵게 작품 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소극장 무대는 15평. 그러나 극 속 ‘집’은 13.5평이다.
좁아터진 집구석에도 가훈은 있다. 시를 쓰는 남편과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화투판을 벌이는 아내,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도 사는 딸, 결혼하기 전에 사고부터 친 아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이 잘 돼야 모든 일도 잘 풀리는 법이다.
“인생 살다보면 크게 놀랄 일도 없고, 그럴 수도 있고,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뭐 그런 상황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극은 일상을 옮겨놓은 듯한 에피소드들의 연결이다. TV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극장 주변에 있는 음식점 ‘정이가네’에서 빌려온 빼곡한 책들부터 시작해 무대 위 소품들은 모두 배우들이 주워온 것들. 연출가가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라”며 무대 위로 끌어낸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배역 속으로 스며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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