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절경 거제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첫 관문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 쪼이는 남도의 봄은 팔색조처럼 화사하다.
부드러운 흙에서 솟은 푸른 유채 싹과 딱딱한 나뭇가지에 돋은 붉은 동백꽃망울은 이미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지 오래일 만큼 봄기운이 곳곳에 가득하다.
항구 한 켠 언덕에서 쪽빛 바다를 향해 핀 매화도 봄을 일깨우는 화신(花信)이다.
뭍과 달리 남도의 봄은 쪽빛 바다에서도 밀려온다.
스멀스멀 섬과 섬 자락을 돌고 돌아 가쁜 숨을 하얗게 몰아쉬는 파도에 실린 해초는 갓 자라난 듯 파릇파릇하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관문인 거제도의 봄은 섬과 바다에서 이렇게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거제시의 본도다.
1971년 길이 740m의 거제대교에 이어 1999년 길이 940m의 신거제대교가 개통돼 육지와의 통행이 원활하다.
거제도에서 만난 남도의 첫 봄 풍경은 진입도로 초입에 있는 유채꽃 밭.
푸른 바다와 색조대비를 이룬 노란 유채꽃들이 온화한 남도의 햇살을 받아 벌써 꽃대를 높이 세우고 노란 꽃잎을 터뜨리고 있다.
본격적인 봄맞이 남도 기행의 첫 시작점은 장승포항이다.
도로가 해안을 따라 자연스럽게 굴곡이 지면서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고 700리 뱃길 따라 펼쳐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첫 관문인 거제 해금강과 동백 숲, 맑은 해조음이 귀를 간지럽게 하는 몽돌해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도에서 만난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도 반공의식을 고취시키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해금강과 해상농원 외도의 봄맞이
거제도 남쪽 500m해상에 위치한 해금강은 두개의 섬이 바짝 붙어 있어 마치 한 개의 섬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섬 모양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을 띠고 있어 갈도(葛島)라고 불렸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명승지로 이름이 나면서 ‘해금강(바다의 금강산)’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널리 애용되고 있다.
오랜 해식작용으로 섬 둘레가 기암절벽과 동굴을 이뤄진 해금강은 배를 타고 주위를 둘러보면 천혜의 절경을 선사한다.
특히 서로 붙어 있는 두개의 섬이 자연적으로 만들어 낸 십자동굴은 안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십자형으로 보인다.
십자동굴 옆에는 부엌의 아궁이를 닮은 80m 길이의 부엌굴이 뚫려 있으며 그 주변으로 사모관대를 쓴 신랑의 모습을 한 촛대바위, 선녀가 합장을 한 선녀바위, 사자바위와 절벽 위에 홀로 핀 천년해송이 모두 해금강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해금강을 둘러 본 후에는 해상농원 외도로 향한다.
거제도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유람선의 대부분은 중간 기착점으로 삼을 정도로 외도는 남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94년 개방한 이래 외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해상공원에 버금갈 만큼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한다.
푸른 바다 길을 가로 질러 도착한 외도는 선착장에서부터 관람로를 따라 동백 숲길이 이어진다.
외도는 동백꽃 이외 야자과의 이국적인 당종려나무를 비롯해 희귀 선인장을 모은 식물원과 비너스가든, 에덴가든, 천국의 계단, 조각공원 등 테마별 관람로를 1시간 30분에 걸쳐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지중해 풍의 건축과 정원조경이 두드러진 비너스 가든은 눈이 시릴 정도로 봄빛 완연한 남도 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중고생 4000원, 초등생 2500원.
△몽돌이 들려주는 봄의 교향곡
파도가 들이쳤다 빠져나갈 때마다 동글납작한 돌 틈 사이로 ‘차르르 차르르’하는 특유의 해조음이 청각을 싱그럽게 자극하는 학동 몽돌해수욕장은 봄의 교향곡이 한창이다.
까만 몽돌과 맑은 파도가 빚어내는 봄의 소리에 해변은 연인의 데이트 장소 혹은 상춘을 즐기려는 가족들의 나들이 명소가 된다.
손을 잡고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찰그락거리는 몽돌 위를 뛰어다니는 풍경은 멀리서 보면 마치 왈츠를 추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 뒤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많은 섬들과 파란 하늘빛이 만나 아름다운 해변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풍광 좋은 탁트인 해안도로
학동 몽돌해수욕장을 나와 여차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14번 국도는 거제도에서 가장 풍광이 좋은 해안도로이다.
해안절벽 아래로는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그 바다위에 병태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가왕도, 다포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다.
특히 해안 절벽을 끼고 숲을 이룬 천연의 동백나무는 또 다른 장관이다.
동백꽃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도 잠시. 국도에서 작은 표지판을 따라 접어든 오솔길 끝에 다다르면 반원형의 작은 해변에 해송과 기암괴석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여차몽돌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거제도의 숨은 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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