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고 공개수업 들여다보니 발표력 늘고 지적 호기심 자극해 창의력 쑥쑥
올해부터 학교내에서의 논술교육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그동안 ‘논술=사교육의 몫’으로 치부됐다면, 최근들어선 “더이상 논술교육을 사교육에 맡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들어 일선 학교마다 교사들의 논술교육동아리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한 효율적인 논술 지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교사들이 직접 나선 것. 도내 ‘이종(異種)수업’의 현장을 직접 들여다 본다.
지l난 26일 익산 원광고의 사회과 특별수업실. 1학년 7반 학생들이 ‘풍수해를 동반하는 태풍의 발생원인과 피해’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 학교 정용복 교사가 ‘태풍의 발생원인과 가항반원이 무엇인가’를 묻자 학생들이 일제히 손을 든다. 지난 99년 국내에 엄청난 재산피해를 안겼던 태풍 ‘올가’의 이동경로를 묻는 질문에도 적지않은 학생들이 손을 들어보인다. 질문과 답변의 연속이다. 정 교사는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위험반원과 가항반원의 의미와 특징을 200자 내외로 서술할 것을 지시한다.
50분의 수업시간이 어느새 지나갔다. 나른한 오후수업인데도, 졸고 있는 학생을 찾아볼 수 없다. 정 교사의 수업을 듣고 있던 이호열 교사(국어)와 최금석 교사(지구과학) 등이 수업내용에 대해 짧은 토론을 벌인다.
원광고의 ‘공개수업’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이 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사회외에도 국어, 영어, 철학과목을 공개수업 형식으로 꾸미고 있다. 정 교사를 비롯해 이호열, 김형태(영어), 조향진(철학) 교사 등이 주도하는 공개수업은 일주일에만 70시간에 달한다.
공개수업은 지난 2월 결성된 교사 논술동아리의 첫번째 결과물. ‘어떻게 하면 통합논술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이 학교 논술동아리는 수업시간에서의 ‘활발한 토론’ ‘다양한 형태의 질문과 답변’ ‘짧은 글쓰기’를 뼈대로 이종(異種)수업을 구체화했다. 현재 도내지역에서 이종수업 또는 공개수업에 나서고 있는 학교는 원광고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학교들이 여름방학 이후에나 같은 형태의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발앞선 셈이다.
현재 이 학교 논술동아리 소속 교사는 13명으로, 4명의 교사들이 선보이는 공개수업을 지켜보며 조만간 이종수업에 가세할 예정이다. 이미 몇년전부터 과목별 공개수업과 아침 10분 독서 등을 통해 공개수업의 기반을 다져왔던 원광고는 논술동아리의 결성을 계기로 본격적인 수업혁신을 감행한 것.
정용복 교사는 “통합논술이라는 현재의 입시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학교교육이 토론과 소통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앞세워 공개수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2학년생들이 꾸준하게 통합논술 교육을 받은 뒤 3학년이 되면 대입 경쟁력이 월등해질 것”이라는 이호열 교사는 “토론문화는 장기간의 학교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금석 교사도 “3월초만 해도 교사의 질문에 답하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공개수업이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발표력이 차츰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수업이 진행될수록 기존의 공교육 현장에서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형식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수업을 참관하던 교사들 가운데 자신이 가르치는 분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수업에 동참해 의견을 내놓곤 합니다. 이같은 이종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응용력과 창의력도 키울수 있다고 봅니다”
이 교사는 “대학입시 수시와 정시를 포함해 75%가량의 수험생은 논술과 구술면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논술이 대세인 만큼 교육현장도 논술에 맞는 수업형태로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박병섭 교장은 “공개수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교사들이 직접 교재를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면서 “굳이 대입이 아니더라도 공교육 수준을 끌어올리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는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혁신수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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