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분시인은 최근 근사한 엄마가 됐다. 아들 재강(기린초5)이의 어린이날 선물로 같은 반 아이들에게 자신의 동시집을 선물했다. 엄마의 제안에 “아이들이 싫어할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재강이는 동시집을 받은 친구들의 “네 얘기지. 재밌다”는 반응에 한껏 우쭐해졌다.
첫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한덩이」(청개구리)를 펴낸 박예분(43)시인. 시인은 “동시 한편으로 웃음과 희망을 나눌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문학이 어디 있느냐”며 동시예찬론을 펼친다. “처음부터 동시를 쓴 것은 아닙니다. 수필도 쓰고 시도 썼는데, 글을 쓸수록 한계에 부딪치기도 하고 절대고독에 빠지더군요. 그러던중 동시를 접했어요. 동시가 저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더군요.”
7년여전 가정적으로 큰 시련에 부딪친 시인은 동시에서 힘을 얻었다. “‘희망이네 가정조사’가 바로 우리집 얘기예요. 부도와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인데, 딸 예나가 가정조사표를 가지고 왔어요. 난감했지만 딸과 함께 생각했죠.”
‘우리 아빠는 회사가 부도나서/지금 일자리가 없다.//학교에서 가져온/가정 조사표에 열심히 대답하는 누나//아버지의 직업은?/-지금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임.//아버지의 월수입은?/-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있을 예정임.//누나의 눈동자 속에/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희망이네 가정조사’)
“저의 1차 독자는 아이들입니다. 어느날 딸이 그래요. 엄마처럼 살겠다고, 아이들 뜻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형편인데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더군요. 모두 동시덕이지요.”
시인은 동시로 부자가 됐다. 자신의 아이들뿐 아니라 인후문화의집 글쓰기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과도 친구처럼 지낸다. 동시 덕이다. “동시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거예요. 글쓰기교실 아이들은 ‘달걀로 바위치기’나 ‘숨은 뜻’을 좋아해요. 자신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이죠.” 처음 동시를 쓸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면 되겠거니 했다지만 지금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소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의 달에 맞춰 엮은 동시집이예요. 7년동안 쓴 200여편중 고르고 골라서 65편을 추렸어요. 우선은 아이들과의 마음열기를 시도했습니다. 다음 동시집은 동시에 대한 문학적 이해를 깊게 하는 시들로 꾸릴겁니다.”
동시 덕에 신춘문예 꿈도 이룬 시인은 동시가 자신에게 그랬듯 자신의 동시를 읽는 아이들에게도 희망을 일구는 텃밭이 되기를 바란다.
“어른들이 동시집을 보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자료로 삼기를 바랍니다. 짧은 글이니 바쁜 현대인들이 읽기에도 부담 없을 겁니다.”
이준관 시인은 “박예분의 시는 발상이나 표현이나 어디 한 군데 어려운 데가 없다. 아이들이 제 나이 또래의 친구를 사귀듯 시와 가까이 사귈 수 있게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게 썼다. 아이들 호흡에 맞게 시의 길이도 맞고 표현도 평이하며 내용도 아이들 동심에 어울리는 것들”이라고 평했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아동문학에 당선했으며, ‘하늘의 별따기’ 등으로 아동문예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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