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이 바로 판소리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기존 다섯바탕의 원형을 보존하고 다른 바탕들을 복원하는 데 있어서도 다방면에 걸치는 판소리의 외연 확대와 이를 통한 대중적 기반의 확보가 선결 요건이다.”
판소리학회가 ‘판소리와 인접예술’의 관계를 주목, 판소리의 외연 넓히기를 연구했다. 12일과 13일 전북대에서 열린 판소리학회 제56차 학술대회.
유제호 전북대 교수는 “시대에 따라 대중의 감성과 취향, 인지의 양상이 달라지고 예술 장르간 변증법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판소리는 유독 변화에 둔감하고 상호작용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시대의 요구가 안정감에 비해 박진감을, 단조로움에 비해 다채로움을, 예술성에 비해 유희성을, 음향-청각매체에 비해 영상-시각매체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소리의 무용 형상화를 시도한 유교수는 판소리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판소리 연기에 전통무용을 도입하는 방식과 판소리를 중심으로 춤과 소리를 융합한 하위 장르들을 개발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경희대 강사 서유석씨는 성적 이미지가 대담하게 구현된 판소리 사설들과 춘화(조선 후기 성풍속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를 비교, 성인식과 성관념의 변모양상을 살펴봤다. 그는 “동일한 시대적 환경에서 새로운 예술 갈래로 등장한 판소리와 춘화는 중세적 가치관을 뛰어넘는 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줬다”며 “판소리가 일상에서의 성을 긍정하고 생산적인 성을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면, 춘화는 향유층의 유희적·향락적 성의식을 주로 반영, 더이상 예술적 의의를 획득하지 못하고 외설물로 잊혀지게 됐다”고 말했다.
판소리학회가 올해 처음 제정한 공로상과 6회째인 학술상에 대한 시상도 이날 이뤄졌다. 공로상은 강한영 초대 판소리학회 회장이, 학술상은 최난경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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