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 가면 정지용 시비가 있다?’
정지용 시인(1902∼1950)의 고향은 충북 옥천.
고창과는 아무 인연도 없는 그의 시비가 고창군 해리면 왕천리 왕거마을 입구에 세워진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시비에 새겨진 시는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로 시작되는 ‘고향’. 이기화 고창문화원장은 “고창에 정지용 시비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그 이유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이 시비는 왕거마을이 고향인 깊은샘출판사의 박현숙 사장이 2000년 12월 3일에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6·25 당시 납북된 시인을 두고 한동안 한국사회에서는 그에 대한 논의나 유작 간행을 금기시했었다. 시인의 행적에 대한 오해 때문. 정지용 시인의 아들과 함께 7∼8년간 해금운동을 벌인 이가 바로 박현숙 사장(60)이었다.
1987년 깊은샘출판사가 펴낸 「정지용의 시와 산문」의 납본필증이 나오고 얼마 뒤 시인에 대한 해금이 공식적으로 풀렸다. 이후 박사장은 20년이 넘도록 해금 작가들의 책을 출판하며 납·월북작가들에 대한 문학사적 논의를 가능케 하고 있다.
해리중학교까지 고창에서 다닌 박사장은 “정지용의 시를 왜 좋아하냐는 말에는 설명이 따로 필요없다”며 “‘고향’이란 시를 특히 좋아해 시비로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지용 시인은 당시 알려지긴 했지만 그다지 인기는 없었다”며 “KBS에 다니던 친구와 함께 지용의 시를 근사한 노래로 만들어 보자고 해 나온 곡이 테너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이 불러 유명한 ‘향수’”라고 덧붙였다.
박사장은 지난 12일 옥천에서 열린 ‘제20회 지용제’와 정지용 기념사업회인 ‘지용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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