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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맛, 자연, 마음, 한의 소리' 최승범 고하문예관장

'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펴내

‘사실 묵향이나 먹향기라는 말만 생각해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손에 힘을 빼고 슬슬 먹을 갈면, 벼루와 먹 사이의 벼룻물 갈리는 소리가 은은히 울림짓기 마련이다. 이를 ‘먹 가는 소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저 울림 짓는 소리는 먹이나 벼루의 종류에 따라 분명 다를 것이다. 옛 어른들이 먹과 벼루의 선택에 꾀까닭스러웠던 것도 먹 향기와 먹 가는 소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승범 고하문예관장이 들려주는 소리는 ‘화응(和應)’의 소리다. 화응의 소리란 조화를 이루는 소리를 말한다. “소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실로 우연한 기회로 인해섭니다. 20여년전 월간 「객석」으로부터 원고청탁을 받고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10여년동안 107가지의 소리를 글로 담아냈습니다.” 1990년부터 99년까지 「객석」을 통해 나눴던 화응의 소리를 다시 엮어낸 「소리, 말할수 없는 마음을 듣다」(이가서)는 사라져가는 정겨운 삶의 소리들이 담겼다. “소리가 많이 거칠어졌지요. 공격적이고 전투적이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 당시 연재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소리를 지켜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썼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소리는 오감으로 느끼는 소리다. 노래나 말소리를 일컫는 말쯤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 생애를 감싸는 소리들이다. “진정 좋은 소리는 우리의 귀뿐 아니라 눈도 코도 혀도 살갗도 산드럽고 즐겁게 해 화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소리를 추스르자면 오늘보다 과거로 거스르는게 낫겠다 싶어 제 어린시절의 소리로 돌아갔지요.”

 

“어린시절, 시골에서 접했던 사사물물(事事物物)의 소리들을 되생각하면 세상살리가 어렵고 고달픈 것이었대도 사람살이만은 낙낙한 마음으로 정겹고 즐거운 것이었다”고 들려줬다. 오늘날 우리들의 오관(五官)으로 쉽게 잡히지 않는 소리들을 글로 되살려봤다는 것이다.

 

책은 출판사의 제안으로 새로 묶인 것이다. 최 관장은 “옛 글이지만 새 맛이 난다”고 했다. “옛 소리를 챙기면서도 오늘을 반성하고 팍팍한 생활을 돌아볼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의 참 멋을 아는 그가 들려주는 소리는 맛의소리, 삶의 소리, 자연의 소리, 마음의 소리, 한의 소리로 분류됐다. 술 거르는 소리, 팥죽 끓는 소리, 떡 치는 소리, 엿 장수 소리, 모찌는 소리, 소 달구지 소리, 싸리비질 소리, 문풍지 소리, 조 이삭 소리, 풀 벌레 소리, 벼룩 뛰는 소리, 꽃 피는 소리, 옹알이 소리, 먹가는 소리, 나막신 소리, 옷 스치는 소리, 깡깡이 소리 등 우리가 잃어버린 또는 무심했던 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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