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와 관련되어 듣는 질문중 경주에 있는 황룡사지와 비교, 특히 그 규모에 대한 비교가 있다. 아마 두 절터가 각기 신라와 백제를 대표하는 가람이라는 점에서 그 규모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같다. 두 절터는 늪지와 못을 메우고 세워졌다는 점에서 공통이지만 황룡사가 착공에서 황룡사 가람으로 칭해지는 절집을 완공하기까지 전후 100여년에 걸치는 기간동안 몇 차례에 걸쳐 점진적으로 건립되었고 냇돌과 진흙으로 늪을 메운 것과 달리 미륵사지는 그 기간은 명확하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건립되었고 삼국유사의 기록처럼 산흙으로 못을 메우고 세워졌다. 이런 차이말고 황룡사지는 목탑의 북쪽에 금당 3개가 동서로 나란히 있는 1탑 3금당식 가람이고 미륵사지는 소위 3원 병립가람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가람배치 형식이다.
3원 병립가람이란 탑 1기와 그 북쪽에 금당 1개가 있는 구역을 동서방향으로 나란히 3곳에 배치한 형태를 말한다. 즉 미륵사지는 동쪽과 서쪽 구역에 각각 석탑이 있고 중앙에는 목탑이 있으며 개개 탑의 북쪽에는 금당이 있다. 또 중앙 구역이 동 ? 서쪽 구역에 비하여 공간이 넓고 크며 이 공간의 비율은 탑과 금당의 크기도 같은 비례로 조성되었다. 문화유산에는 각기 그 제작자, 또는 집단의 정신이 내재되어있다는 점에서 미륵사지의 공간구성이나 개개 건물의 조영에도 실용적 기능만이 아니라 정신적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미륵사지가 3개의 탑과 3개의 금당이 있는 3원 병립가람인 것은 미륵신앙의 본거지였을 뿐만 아니라 미륵불이 현신하여 용화세계를 현세에 구현하는 구체적인 장소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미래부처인 미륵은 먼 훗날 세상에 와서 3번의 설법으로 중생을 구제한다고 한다. 미륵이 펼치는 이 3번의 설법에 참여하는 중생은 구원을 얻게 된다고 하며 미륵사지가 3원인 것은 바로 이 3번의 설법 장소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 삼국유사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무왕이 용화산 사자사로 지명법사를 찾아가다가 미륵 3존이 못에서 현신하여 미륵사를 창건하였다고 하는데 미륵이 펼치는 세상이 용화세상이고 미륵이 있는 자리가 사자좌라는 점에서 미륵이 현신하는 공간으로서 미륵사가 창건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금당의 내부 공간에 각각 지하공간이 마련되어있음도 바로 이같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공간구성에서의 상징성에서 대한 두 사찰의 비교가 가람의 규모에 대한 것보다 더 큰 의미와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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